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6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된 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는 지난해 말 본회의에서 관련 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6%에서 8%로 상향했고, 이번에 다시 15%로 올렸다. 이에 따라 투자 증가분에 적용되는 10%의 임시투자세액공제까지 합하면 최대 25%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소위 회의에서는 세제 혜택 적용 대상도 넓혔다. 정부안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백신 등에 수소와 미래 자동차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전날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이 관련 안을 발의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세제 혜택 적용 대상 확대를 주장해왔다. 이재명 대표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차 기술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향후 자동차 산업의 패권은 ‘친환경 시장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냐’로 결판날 것”이라며 “미래에 핵심적 먹거리가 될 첨단 모빌리티 관련 기술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전기차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 역시 전날 발표된 ‘첨단산업 육성 전략’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육성 대상으로 명시된 첨단산업 중 미래차만 정부안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소위 문턱을 넘은 법 개정안은 오는 22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법안은 세액공제 대상을 ‘2023년 연간 투자’로 명시해 법 통과 이전인 1월 이후 투자 내역에 대해서도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과 산업계의 많은 분이 걱정도 하고 우려도 나타냈다”며 “오늘 관련 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면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세액공제안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여당 및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감세를 주장했다. 반도체 산업이 갖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산업이 국내 경제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반도체 세제 지원까지 ‘대기업 특혜’로 치부해 반대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특히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일환으로 자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당내 여론이 크게 요동쳤다는 후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다음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수조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크게 작용했다”며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지원을 거부한다는 프레임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고재연/전범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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