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숨진 경비원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일부 주민들의 항의로 제거됐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이날 아파트 입구에 있던 추모 현수막을 내렸다.
이 아파트의 한 관계자는 "'집값이 내려간다'는 주민의 항의가 빗발쳤다"면서 "단지 안과 후문에 있는 현수막은 두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정문) 입구의 현수막만 우선 제거했다"고 전했다.
해당 현수막에는 '관리소장과 입대의회장 갑질로 경비원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다. 경비원, 미화원 일동'이라는 내용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현수막은 지난 14일께 A씨의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직후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이 경찰과 구청 측에 현수막을 떼 달라는 민원을 여러 차례 넣어 결국 현수막을 제거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직원들은 추모 현수막과 함께 단지 내 곳곳에 붙었던 '갑질 주장' 전단 역시 같은 이유로 일부 수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7시40분께 대치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박모(74)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숨지기 전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 동료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서 경찰서는 지난 15일 오전 아파트 경비원 이모 씨를 불러 평소 관리책임자가 박 씨를 상대로 무리한 업무 지시를 내렸는지 등 구체적 사망 경위를 조사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조사 권한이 있는 서울지방노동청에 관련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