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도쿄 정상회담’과 이어진 만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엔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식당가에서 1, 2차에 걸쳐 만찬을 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16일 대통령실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양국 정상의 이날 첫 만찬은 부부 동반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오후 7시40분께 스키야키로 유명한 긴자의 음식점 ‘요시자와’에 도착했다. 식당에 미리 와 있던 기시다 총리와 기시다 유코 여사가 입구까지 나와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네 사람은 신발을 벗고 바닥 아래로 발을 내리는 일본 전통식 ‘호리고다츠’ 방으로 들어갔다. 통역관 네 명만 배석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 부부가 식당으로 가는 길에 많은 일본인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며 “요시자와 식당 직원들도 윤 대통령 부부가 도착했을 때 한데 모여 크게 환영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는 환하게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한 뒤 식사를 시작했다. 요시자와는 1924년 정육점으로 시작해 식당과 정육점을 함께 운영하는 일본 전통 음식점이다. 스키야키와 샤부샤부, 일본 소 ‘와규’로 요리한 스테이크 등을 즐길 수 있다. 현지 음식점 평가 사이트에 따르면 1인당 식사 비용은 저녁 기준 2만∼3만엔(약 20만∼30만원) 정도다.
양국 정상은 식사를 끝낸 뒤 요시자와에서 280m 떨어진 긴자 경양식집인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1895년 창업한 이 식당은 포크커틀릿에 양배추를 곁들인 일본식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통역 외 다른 배석자는 없었다고 양국 정부는 전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만찬은 두 정상 부부간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직접 장소를 선정해 초청했다”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가진 스시 만찬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한 꼬치구이 만찬과도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총리공관에선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을 환영하는 공식 행사가 열렸다. 윤 대통령이 총리공관에 도착하자 현관에 나와 있던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두 정상은 태극기와 일장기가 함께 꽂힌 단상에 나란히 서서 자위대를 사열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소인수 회담을 끝낸 뒤 오후 5시15분께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확대 회담장에 입장했다. 양국 국기가 번갈아 게양된 회담장 전면에 서서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녹색의 사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양국 정부 주요 인사들이 나란히 배석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실무 방문이지만 일본 측이 국빈급 예우를 해준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오형주/좌동욱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