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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이 중앙금융위원회, 중앙과학기술위원회, 중앙홍콩마카오공작판공실 등 시진핑 주석의 핵심 국정 목표들을 총괄할 조직을 신설했다.
1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당 중앙)과 행정부인 국무원은 전날 이런 내용을 담은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을 내놨다. 금융, 과학기술, 홍콩 등 국정 현안을 당이 직접 챙기면서 시진핑 집권 3기의 '당정통합' 내지는 '당강정약' 추세가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당 중앙은 우선 금융부문 사령부인 중앙금융위원회를 조직했다. 금융 업무에 대한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집중통일영도는 시 주석으로의 권한 집중을 뜻한다. 금융 안정 및 발전의 최고위급 설계, 추진, 감독 등을 책임진다.
또 금융시스템을 관리하고 당과 국가기구의 금융 관련 조직을 총괄하는 금융공작(업무)위원회도 설립했다. 같은 이름의 금융공작위원회가 아시아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조직돼 2002년까지 활동한 바 있다. 당시에는 금융 전반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이번 개혁방안은 금융위원회, 금융공작위원회 순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금융위원회가 상위 기구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금융공작위원회는 리스크 관리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무원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과, 역할이 강화된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두 위원회 산하에서 일상적인 금융 및 증권 관련 감독 업무를 맡는다.
이와 함께 시진핑 집권 2기에서 '경제책사'로 불렸던 류허 부총리가 주도했던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사라지며, 그 업무는 당 금융위원회로 이관된다.
중국은 과학기술 부문 정책을 주도할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통제에 맞서 핵심 과학기술의 자립을 추진하는 기구다. 국가적 혁신 시스템 건설, 과학기술 전략 연구 등을 담당한다. 중요 과학 연구 프로젝트 검토와 군·민과학기술 융합 발전도 총괄 조정한다.
주목되는 부분은 '군·민 과학기술 융합 발전'이다. 민과 군의 칸막이를 없앤 채 거국적 군사 과학기술 연구 체제를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군사력 확장 시도로 미국과의 긴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공산당은 중앙홍콩마카오공작판공(사무)실을 신설해 그동안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이 담당해온 홍콩과 마카오 관련 업무를 이관했다. 서방과의 갈등이 집약된 홍콩 문제를 시 주석 중심으로 당이 직접 관할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신설된 판공실은 홍콩, 마카오에 대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관철, 중앙의 전면적인 통치권 실행, 법에 입각한 홍콩과 마카오 통치, 국가안보 수호 등 업무를 맡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도부가 경제 성장 둔화와 미국과의 경쟁 심화 상황에서 안정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이번 조직 개편은 이런 목표를 반영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공산당은 민원 업무와 기반 계층 지도부 건설을 총괄 추진하고 전국 업종별 단체에 대한 당 차원의 '지도'를 담당할 중앙사회공작부도 신설했다. 대중의 불만을 접수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국무원 국가신방국이 이 아래로 들어간다.
중앙사회공작부 설치는 지난해 중국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해 전국에서 벌어진 '백지시위'가 하나의 계기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공작부의 중요 업무 중 하나는 국가와 민간 혼합소유제 기업, 비공유제(민간) 기업 등에 대한 감독 역할이다. 지도부가 경제 부흥을 위해 민영기업의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민영 기업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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