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도 신용등급 오른 건 이례적"…현대캐피탈에 무슨 일이

입력 2023-03-17 11:19   수정 2023-03-20 10:52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에도 신용등급 전망이 이례적으로 상향 조정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는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 Stable(안정적)에서 AA Positive(긍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도 기존 Baa1(안정적)에서 Baa1(긍정적)으로 신용등급 전망을 올렸다.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 전망을 통해 6개월에서 2년 동안 해당기업의 신용도를 예상한다.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으로 구분된다. 긍정적 전망은 향후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캐피탈 업계 경영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신용등급이 상향된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캐피탈 직접 경영에 나선 것이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현대캐피탈은 2021년10월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이 직접 경영에 나섰다. 이후 2년여간 자금조달과 해외 자동차 판매 지원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의 원팀 구조를 통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전략사업을 지원하는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등 14개국에 진출하면서 현대차 해외 판매를 지원하면서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캐피탈의 총 자산(글로벌 합산)은 작년 9월말 기준 124조원에 달해 웬만한 지방금융지주보다 자산규모가 크다. 미국 법인인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는 작년 9월말 기준 60조원의 자산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 성장했다. 전체 고객 중 80% 이상이 우량(prime) 고객이라는 게 현대캐피탈 설명이다. 현대캐피탈 캐나다도 인수율(현대차·기아 구매고객의 현대캐피탈 이용률)을 4% 끌어올리면서 작년 3분기 자산 6조원, 세전이익 약 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 85% 성장한 결과다. 무디스는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와 '현대캐피탈 캐나다(HCCA)'의 신용등급 전망도 Baa1 Stable(안정적)에서 Baa1 Positive(긍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유럽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캐피탈 영국은 작년 9월말 약 900억원의 세전이익과 5조원 자산 규모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 18% 성장했다. 현대캐피탈 유럽은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하면서 5조3000억원 규모의 캐피탈사로 성장했다. 세전이익은 3배 늘어난 16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0월 현대캐피탈유럽 이탈리아 지점, 작년 1월 프랑스 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유럽시장 진출을 지원사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 지원을 위한 그린본드 발행도 현대차그룹과의 대표적인 협업 사례다. 현대캐피탈은 2016년 3월 글로벌 자동차금융 업계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이달까지 총 14차례, 3조8500억원이 넘는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한 상태다. 이 중 2조8500억원은 해외에서 조달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금리인상 악재가 겹친 가운데 업황이 좋지 않다"며 "다변화된 조달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한 게 신용등급 전망 상향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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