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찔린 경찰관 "동료들이 외면"…부산경찰청 "확인 중"

입력 2023-03-17 14:21   수정 2023-03-17 14:23


출동 현장에서 흉기에 찔려 목을 다친 경찰관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동료들의 외면 속에 계속 근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우리 경찰 동료가 목에 흉기 찔리고 난 후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널리 퍼뜨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재직 중인 직장 정보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글을 작성하면 직장이 표기된다.

경찰청 소속으로 표시된 글 작성자는 사건 당시 피해 경찰인 B경위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글을 게시하며 "당사자분이 직접 경찰청 블라인드에 올린 글을 첨부한다"고 밝혔다. B경위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 경찰만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5시께 부산 북구 한 아파트 A씨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관할 지구대 B경위가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게재된 글에 따르면 A씨는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고, 실랑이 과정에서 B경위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목과 얼굴을 흉기에 찔린 B경위는 피를 흘리면서도 동료와 함께 A씨를 검거했다. 이후 B경위는 병원 응급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상처 부위에 붕대만 겨우 감은 채 지구대로 복귀해 다시 업무를 해야 했다.

B경위는 현기증 탓에 지구대 의자에 잠시 쉰 뒤 눈을 떴다가 출혈양에 깜짝 놀랐다. 또,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 사건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조차 입력이 안 돼 있는 데다 진술조서를 작성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심지어 흉기 등 압수물 확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글에는 당시 지구대에는 B경위를 포함해 모두 5명의 경찰관이 있었지만 B경위는 혼자 서류 작업을 마치고, 피의자를 관할 경찰서에 인계한 뒤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고 적혔다. B경위는 퇴근 후 병원을 찾아헤매다 가족의 도움으로 성형외과에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후 신고 접수 12시간여 만에 귀가했다고 전해진다.

B경위는 "(흉기가) 조금만 옆으로 갔으면 죽을 뻔했다는 의사 설명을 듣고 눈물이 났다. 당일 딸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못 갔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혼자 병원을 찾아야 했고, 동료들도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피묻은 옷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은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해당 글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15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A씨는 음주를 하거나 마약 투약 상태로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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