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은 상호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등을 부여하는 동맹국 리스트) 배제 조치를 원상회복하는 논의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이번 합의가 대(對)일본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대일 수출입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거나 소폭 변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일 수출은 306억1000만달러, 수입은 547억1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241억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일 교역은 지난 2019년 일본 수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급격하게 감소했다. 2019년 일본으로의 수출은 284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고 수입은 475억8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12.9%나 줄어들었다. 같은 해 무역수지는 191억6000만달러 적자로 전년(240억7000만달러 적자) 대비 20.4% 줄었다. 일본과의 수출입은 2020년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2021년 반등했고 지난해에 와서야 2018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조치 이후 한일 교역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무역적자 폭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이 가장 큰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사우디아라비아(367억8000만달러), 호주(261억8000만달러), 일본(241억달러) 등에서 적자가 크게 나타났다. 원유와 석탄 가격이 급등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로부터 수입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5~2021년에는 전 세계를 통틀어 일본에서 가장 큰 무역적자를 봤다. 일본은 유가가 급등해 중동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하는 때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기에 한국의 무역적자 1위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로 인한 즉각적인 수출입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수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들은 허가받고 수입을 해왔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그동안 우리가 공급망 자립을 열심히 해왔고 또 역으로 우리가 일본에 수출할 기회요인도 많아 무역적자가 대폭 늘거나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교역량 증가로 장기적인 이익이 더 많다고 평가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과의 교역 정상화는 우리 공급망 안정 강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확대하는 등 세계적으로 산업구도가 재편되는 시기에는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협력해 제3국으로 공동으로 수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시너지도 기대해봄 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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