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첫째 주에 열리는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막이 임박하면 골프 팬들의 관심은 ‘챔피언스 디너’ 메뉴에 쏠린다. 1952년 벤 호건의 제안으로 시작된 챔피언스 디너는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들을 초청해 저녁을 대접하는 행사다.
챔피언스 디너에 나오는 모든 음식은 대회를 여는 오거스타내셔널GC의 주방에서 만들어진다. 외신들에 따르면 선수가 레시피를 ‘전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웬만해선 이곳 소속 셰프들이 직접 레시피를 연구해서 식탁에 올린다.
딱 한 번 오거스타가 ‘외부인’을 주방으로 들인 적이 있는데, 2001년 챔피언스 디너가 그랬다. 전년 대회 우승자인 비제이 싱은 당시 태국식 치킨 파낭 커리를 꼭 대접하고 싶다며 재료를 직접 구한 것은 물론 전문 셰프를 따로 섭외했다. 이들은 오거스타 소속 셰프들의 ‘감시’하에 요리를 만들었다고. 그래서 올해는 전년도 챔피언인 스코티 셰플러가 메인 요리로 텍사스 립아이 스테이크를 점찍었을 때 오거스타 셰프들은 한숨 돌렸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싱의 경우를 제외하면 오거스타 셰프들이 만드는 요리의 ‘범위’는 국경을 초월한다. 지난해 챔피언스 디너에선 주인공인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선택한 일본식 와규 스테이크를 완벽한 굽기로 구워내 입맛 까다로운 역대 챔피언들의 박수를 자아냈다. 1989년 스코틀랜드 출신인 샌디 라일이 양 내장과 오트밀 등을 채워 삶은 ‘해기스’란 전통음식을 내놨을 때도 그랬다.
3년 전 타이거 우즈가 미국·일본 퓨전식의 ‘오거스타 롤’을 주문했을 때도 완벽히 소화했다고 한다. 마스터스 2회(1985, 1993년) 우승자인 독일 출신의 베른하르트 랑거는 “오거스타의 요리사들은 정말 그들의 ‘숙제’를 제대로 한다”며 “주문한 선수가 정확히 원하는 대로 정통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때문에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방에서도 완벽주의를 고수하는 오거스타의 주방에 서는 건 마스터스에 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폐쇄적인 오거스타는 어떤 셰프들이 주방에 있는지 공개하지 않지만, 외신들에 따르면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총괄 셰프 등 유명 요리사들이 오거스타 주방을 거쳐갔다. 오거스타 주방에서 일했다는 존 보럼이라는 요리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새벽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한 번도 앉지 못하고 일하는 날이 많았다”며 “오거스타가 워낙 완벽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패트론(갤러리)에게 1.5달러에 판매하는 피멘토 샌드위치를 만들 때도 정사각형 모양이 정확히 나오지 않으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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