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려 했던 직장인 최모 씨(28)는 예식장 잡기가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 예식장은 이른바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가을과 주말 낮 시간대가 대부분 예약 마감돼서다.
최모 씨는 "주변에 결혼을 고민하는 동료들 보면 예식비용이 만만치 않게 올랐다며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좋은 식장에서 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 코로나로 미뤘던 결혼이라서 더 제대로 준비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가 19만1700건으로 2021년(19만2500건) 대비 0.4%(800건) 줄어든 19만1700건을 기록한 바 있다. 2012년(-0.6%) 이후 11년 연속 이어진 감소세로, 결혼 건수는 지난 10년 사이 13만5400건(41.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속도를 능가할 정도로 예식장 수도 빠르게 사라졌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 1030곳이었던 전국 예식장 수는 지난해 12월 750개로 줄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동안 특히 예식장 경영에 직격탄이 가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코로나19 회복세로 접어든 최근 들어서는 예식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17일 웨딩 업계에 따르면 여름철인 6∼8월을 제외한 올해 가을 예식장 예약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분위기는 지난해 회복세로 돌아섰으며,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 수요가 폭발했다는 것.
한 예식장 관계자는 "올해 가을 주말 시간대에 식을 올리고 싶었던 고객들은 원하는 시간대에 식을 잡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여름으로 잡거나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며 "내년 봄과 가을 시간대도 거의 마감됐는데, 요즘 결혼하려면 1년 반 전에는 예약해야 원하는 곳, 원하는 시간대에 할 수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예식장 대관료는 작년보다 50~100만원 정도 늘어났으며, 식대도 1인당 5~7000원 올라 평균 4만5000원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거기에 신부의 드레스 비용과 부케에 들어가는 꽃값까지 상승해 예비부부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예비 신부 A씨는 "주변에 비해 결혼식 비용이 크게 들지는 않았음에도 보증 인원 식대에 대관료, 부가적인 것을 포함해 대략 1300만원이 들었다"면서도 "보통은 이 돈을 축의금으로 회수한다고 하지만 적은 돈도 아니고, 결혼식 당일까지 신경 쓸 것도 많아서 복잡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예식비용이 만만치 않아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결혼을 미뤘다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여자친구도 일해서 함께 돈을 부담하려 했는데도 지갑 사정이 안 좋아져서 결국 내년으로 미뤘다"며 "한 번뿐인 결혼인데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도 커서 최근 열심히 돈만 모으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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