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연진이보다 더 공포…송혜교 괴롭힌 무서운 병 [건강!톡]

입력 2023-03-19 07:08   수정 2023-03-19 07:36


알코올 중독에 분노조절 장애, 피해망상.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에서 여주인공 문동은(송혜교)를 괴롭히던 또 하나의 존재, 엄마 정미희(박지아 분)가 앓았던 정신 질환이다.

극 중 미희는 학교 폭력으로 온몸이 고데기에 데여 상처투성이인 딸의 상황을 알려하지도 않은 채 오히려 동은을 괴롭히던 일당 부모들이 건넨 합의금을 받아 챙긴 후 떠난다. 소주를 물처럼 컵에 따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박연진(임지연 분)이 문동은을 위협할 때보다 더 큰 공포를 느꼈다는 반응이다.

미희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너무 심한 묘사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저런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이 부럽다", "실제 알코올 중독자를 무섭게 고증했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실의 알코올 중독자의 폭력성과 감정 변화는 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은 의학적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라 칭한다. 과도한 음주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말한다. 알코올 중독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데, 알코올이 뇌의 신경 체계에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희처럼 기억 장애, 언어 장애를 겪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알코올 의존성이 커질수록 술을 끊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술을 끊는 과정에서 금단 현상으로 진전섬망(振顫?妄)이라는 환각 증상도 일어날 수 있다. 알코올 금단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약 5%에서 이런 전선섬망이 발생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오히려 음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알코올 의존성이 더 커지기 전에 폭음 후 일정 기간 술만 먹으면 "필름이 끊긴다"라고 말하는 '블랙아웃'(blackout)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음주를 하는 경우, 마시면 안 될 때도 음주하거나, 음주를 시작하면 멈추지 못할 때 알코올중독을 스스로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블랙아웃은 에탄올이 뇌의 신경전달을 교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블랙아웃이 계속 되풀이되면 뇌가 손상되고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술을 통해 스트레스, 불안,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는 행위 역시 일시적인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술을 더 찾게 된다면 악순환이 되는 만큼 자신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알코올 중독 인식이 떨어지고, 음주에 관대한 분위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성인의 적정 음주량은 남성 40g, 여성 20g이다. 소주를 기준으로 남성 약 5잔, 여성 2.5잔이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적정 음주량이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음주량도 많고, 빈도도 높아 20대 초반부터 중독이 시작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알코올 중독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중요한데, 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본인 뿐 아니라 가족과 같은 주변 사람들까지 꾸준한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알코올 중단으로 인한 금단 증상과 과도한 알코올 섭취로 인한 영양 결핍을 위한 치료를 위해 약물 치료도 병행돼야 한다.

미희처럼 정신과 입원 치료도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흔히 정신병원에 입원한다고 하면 폐쇄적인 병동, 환자의 인권침해, 장기 입원 등의 편견이 있지만, 심한 중독자의 경우 술을 갑자기 마시지 않게 되면 급성 금단증상이 나타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만큼 입원 치료가 권장된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중독으로 단주가 필요한 경우라면 장기간 입원을 통해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알코올 중독은 불치병이 아닌 만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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