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한 가지 이상 ‘아니오’라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은 세계적인 ‘쇼트 슬리퍼’다. 한 조사에 따르면 수면의 양과 질에 만족하지 않는 한국인의 비율은 세계 평균보다 높다.
<잠의 과학>은 그런 우리에게 잠이 왜 중요한지,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과학적인 지침서다. 저자 월리스 멘덜슨은 미국 시카고대 정신의학 및 임상약학 명예교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수면 부족이 고혈압, 당뇨, 우울증, 비만과 관련 있다고 했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하루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사람은 심장마비와 그에 관련된 증상을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고혈압과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하루 5~6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에 비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네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이 수면 부족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면과 정신질환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우울증 환자의 75%가 수면에 어려움을 느낀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에게 정신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1.6배 높다.
살을 빼려는 사람들은 수면 부족이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 연구에서 실험 대상자들을 하루 4시간만 자게 했더니 다음날 음식을 385㎉(밥 한 공기 열량 272㎉) 더 섭취했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가 늘어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낮 동안 공부한 것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잠을 쫓아내며 공부해 봐야 기억하지도 못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얼마나 자야 충분히 자는 것일까. 성인을 대상으로 실컷 자게 내버려 두는 실험을 했더니 7.5~8.5시간씩 잤다고 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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