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폐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됐다. 모두가 예상한 일이었다. 외신 반응도 심드렁했다. 중요한 결정은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내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정부보다 공산당이 중요한 나라다. 당의 수장인 총서기가 정부 수장인 국가주석보다 세다. 시진핑이 총서기를 세 번째 맡게 된 것이 제20차 당대회에서 결정됐다. 세계 중국 전문가들의 이목이 지난해 가을 열린 당대회에 쏠린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국내 중국 전문가들이 함께 쓴 <중국식 현대화와 시진핑 리더십>은 이 20차 당대회를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20차 당대회 이후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 3기 정부를 파악하는 것은 곧 우리의 문제”라고 말한다.
5개월 전 벌어진 일인 만큼 이미 알려진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시진핑의 1인 지배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중국의 개혁가들은 권력 분산을 추구했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은 개인에 의한 독단적인 통치를 불러오기 쉽다”고 경고한 덩샤오핑의 말이 이때의 시대 정신을 대변한다. 이후 10년 주기의 지도부 교체, 68세 나이 제한 등이 도입됐다. 당 지도부를 구성할 때도 여러 파벌에 자리를 나눠줬다.
20차 당대회 때 이런 권력 분점 원칙은 철저히 파괴됐다.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시진핑 본인을 포함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은 모두 시진핑 세력으로 채워졌다. 3명은 지방에서 시진핑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나머지 3명은 시진핑이 발탁하고 승진시킨 인물이다. 조 교수는 “시진핑과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간의 권력관계가 평등한 관계에서 주종관계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적으론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했지만, 사실상 시진핑 1인지배 체제가 확립된 것이다.
시진핑이 완벽한 1인지배 체제를 구축한 것은 아니다. 먼저 공산당 주석 제도가 부활하지 않았다. 공산당 주석이 당 대표라면, 총서기는 사무총장이다. 현재 중국공산당은 사무총장이 당 대표 직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세력은 2017년부터 당 주석 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애썼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시진핑에게 ‘최종 결정권’이 부여됐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공산당 및 국가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가졌던 최고의 힘이다. 이 권한이 부여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외부 유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책은 또 중국의 경제 정책, 안보, 사회 안정, 외교, 대만과의 관계도 분석한다. 중국이 사회주의적 목표인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면서 공산당과 정부의 경제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과의 대결을 앞두고 경제 안보가 중요해지자 ‘검약형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해석한다. 최첨단 반도체 장비가 없어도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생산에 나서는 게 그런 예다. 한국에 대해선 “중국이 사드 때처럼 강경한 제재 외교를 통한 한반도 길들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시진핑의 3연임과 미·중 대결로 세계 질서에 먹구름이 끼면서 중국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중국 전문가들이 모여 쓴 이 책은 시진핑 3기가 어떻게 나아갈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시야가 좁다. 중국의 현황과 정책을 자세히 소개하는 수준에 머문다. 글로벌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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