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고치면 근로시간 증가?…年 단위 선택땐 오히려 줄어

입력 2023-03-17 18:28   수정 2023-03-27 18:49


윤석열 대통령이 ‘주 최대 69시간 근무’로 논란이 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연장근무를 해도 주 (최대)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밝히면서 정부안 수정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물론 정부가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에 대해 상당한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논란이 되는 문제를 팩트체크 형식으로 짚어봤다.
(1) 정부안대로면 총근로시간 증가?

사실이 아니다.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은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 중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관리 기간을 분기, 반기, 연으로 할 경우 연장근로 총량은 각각 10%, 20%, 30% 줄어든다. 예컨대 관리 기간이 1년이라면 원래 총연장근로 시간은 625시간인데 정부는 이보다 30% 적은 440시간으로 연장근로 총량을 줄이도록 했다. 이를 주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8.5시간이다. 기본 근로시간(주 40시간)과 합치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8.5시간으로 현행 주 52시간제보다 적어진다.

물론 정부안대로면 특정 주에 이론적으로 주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매주 69시간 근무를 하는 건 아니다. 관리 기간을 늘리더라도 연장근로 총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관리 기간을 한 달(4주)로 하고 첫째주에 주 69시간(기본 40시간+연장 29시간), 둘째주에 주 63시간(기본 40시간+연장 23시간)을 일했다면 셋째주와 넷째주에는 아예 연장근로가 불가능하다.
(2)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
현행 제도로도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면 한 주에 최대 64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시행 중인 탄력근로제는 특정 주의 법정근로시간(40시간)을 52시간까지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법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장 6개월간 주당 평균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노사가 합의하면 도입할 수 있다. 노사가 6개월간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근로자는 최대 12주까지는 주 64시간(법정근로시간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 최대 근로시간을 59시간 이하로 하는 건 오히려 후퇴라는 지적도 나온다.
(3) 사업자 마음대로 도입 가능?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시간제를 바꿀 수는 없다. 과반수 노조가 있다면 그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과, 노사협의회가 없으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해야 한다. 노사 서면 합의 절차는 근로시간 변경에 상당한 장벽이다. 노사 서면 합의를 통해 주 4일제, 시차출퇴근을 도입할 수 있는 선택근로제의 채택률은 6.2%에 그치고 있다. 노사 공감대가 없다면 도입이 어렵다는 의미다.
(4) 장기 휴가 갈 수 있나?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를 도입해 연장근로를 2시간 한 근로자에게는 연장근로 수당 비율인 1.5를 곱해 3시간의 휴가를 줄 방침이다. 바쁠 때 연장근로를 한 뒤 한 달짜리 장기 휴가도 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이 체감하듯 실제 장기 휴가를 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9~59세 2만2000명을 조사한 결과, 2021년 근로자가 부여받은 연차휴가는 평균 17일이지만 사용한 휴가는 11.6일에 그쳤다. 있는 휴가도 다 쓰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장기 휴가 여부는 개별 기업의 휴가 문화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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