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주, 3월 4600억달러 증발…긴급대응도 역부족

입력 2023-03-19 15:23   수정 2023-03-19 15:31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은행들의 시가총액이 이달 들어 약 4600억달러가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부도 위기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투매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이달 들어 2680억 달러의 주가 손실을 보았다. 유럽은 1630억 달러, 일본은 290억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이같은 은행주 급락은 각 지역의 대표 은행주 인덱스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주요 24개 은행들을 모아둔 KBW 뱅크인덱스는 3월 들어 18% 떨어졌다. 유럽의 스톡스600 뱅크스 인덱스는 약 15% 폭락했다. 일본의 토픽스 뱅킹 섹터 인덱스는 9%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각국의 금융당국이 금융 시장의 패닉 상황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일부분에서만 성공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더 광범위한 공황을 막으려는 노력은 부분적으로만 성공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미국 대형 은행들이 300억 달러를 지원했음에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17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전장보다 32.8% 폭락한 23.0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또한 스위스 국립은행의 긴급 대출 이후에도 주가가 8% 하락했다.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미국 웰스파고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3대 대형 은행에 예금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시그니처은행과 SVB의 파산을 계기로 지역 중심의 중소은행들에서 예금이 JP모건 체이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초대형 은행에 돈이 몰리고 있다. 실제 SVB 파산 당시에도 고객들이 SVB에서 빼낸 금액을 웰스파고나 씨티은행 등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중형은행연합회(MBCA)는 규제당국에 예금 전액 지급보증 조치를 향후 2년간 실시토록 요청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MBCA는 은행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급보증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런 요구를 담은 서한을 규제기관들에 보냈다.

MBCA가 이처럼 요청한 것은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정부의 예금 지급보증 조치 범위를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MBCA는 110개 이상인 회원사들이 여기에 해당할 공산이 낮다고 판단했다.

MBCA는 이 조치가 시행되면 "규모가 작은 은행들에서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즉각 멈추고 은행 부문을 안정시키는 한편 은행 파산이 추가로 일어날 확률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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