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6일 강제징용 배상 방안을 발표했다. 찬반 격론이 일어났다. 지속적인 설득과 위로의 과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오늘의 역사는 또 다른 후일의 역사를 기다린다. 기업인들은 한·일 정상회담의 향방에 주목할 뿐이다. 출구를 찾지 못한 경제 교류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기업의 소명은 국부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있다.
2019년 8월 일본이 전략물자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NO재팬’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등 소재·부품·장비 3대 품목의 자립을 모색했고, 1년 반 만에 핵심 기술 국산화, 공급망 다변화 등 성과가 도출되면서 소부장 ‘독립’이 선포됐다.
제조 중견기업은 1989개, 전체 5480개 중견기업의 36.3%에 달한다. 이 중 기술 고도화를 맨 앞에서 이끈 소부장 기업은 1683개, 84.6%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일 소부장 의존도가 다소 감소했지만, 100대 품목의 대일 수입액은 2019년 113억달러에서 2021년 134억달러로 오히려 21억달러 증가했고, 같은 기간 중국과 대만에서의 수입액은 87억달러에서 135억달러로 55.2% 늘었다. 일본을 줄이지 못하고 중화권 의존도만 높아진 셈이다.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단절되면서 소부장 이외 부문에서도 기업의 부담은 매우 증가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일본과의 관계 회복은 필수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57%의 기업이 한·일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없는 줄만 알았던 자본의 국경은 높고 두텁다. 홀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 누구와도 악수하고 길을 열어갈 일이다. 다시 상처받는 일 없도록, 절대 무너지지 않을 방벽을 쌓아야 한다. 기업인도 국민이다. 마침내 지속될 우리와 후대의 시간, 갈등과 반목을 뛰어넘은 화해와 연대의 터전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절박한 심정을 안고 김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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