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비이성적 언어폭력이 나에겐 다르게 오버랩됐다. 정치권 주변에서 난무하고 있는 욕설의 일상화다. 댓글과 문자 폭탄은 그나마 양반이다. 최근에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거친 욕설로 몰아붙인다. 조금만 더 나가면 ‘정치테러’로 규정해도 될 듯하다. 여기엔 극렬 유튜버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언어폭력은 의원들이 화면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된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주눅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비명계 한 의원은 “과격한 행태에 위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며 “극렬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사퇴론이 확산하고, ‘수박 색출’에 나선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의원들을 넘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로 향하자 이 대표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의견이 다르다고 색출하고 청원해 망신 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당의 단합을 해친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의 준동은 이 대표가 방조한 측면이 있다.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극렬 지지층에 기대는 정치는 마약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의 일방적 주장이 마치 국민 다수의 여론인 것 같은 착각, 아니 환각을 주기 때문이다.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이성적인 비판이나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환각이 사라지면 ‘현타’가 찾아온다. 뒤늦게 국민과 유리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치적 패배가 뒤따를 뿐이다.
1년 남은 총선의 승패는 중도 표심이 좌우할 것이다. 개딸, 태극기 등으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여야 대표가 모처럼 합의한 ‘잘하기 경쟁’도 양극단에서 벗어나 중원으로 나오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중원의 유권자들이 누가 먼저, 어떤 정책을 들고 다가올 것인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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