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업권 받았다고 '혁신중기' 자격 따라오는 건 아냐"

입력 2023-03-19 18:31   수정 2023-03-20 00:58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자격이 있는 회사의 사업권을 넘겨받았다고 하더라도 상법상 ‘사업권 양수’만으로 해당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A사가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을 상대로 “이노비즈 기업 선정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2019년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의 상호는 2002년 설립된 이노비즈 기업 B사의 옛날 이름이었으나, 이후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A사는 B사와 사업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고 B사의 사업 일부를 승계하기도 했다. 해당 계약 후 B사는 사업을 청산하지 않고 이름을 다시 C사로 바꿔 존속하게 됐다.

문제는 2020년 3월 A사가 중기청에 B사 명의로 이노비즈 인증 확인서의 재발급을 신청하며 시작됐다. 이노비즈 기업에 선정되면 금융·세제, 인력, 연구개발(R&D), 수출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이노비즈 기업은 비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가운데 업력이 3년 이상인 기업 중에 선정하도록 돼 있다. 다만 두 회사가 ‘신설합병’된 경우에는 이전 기업의 업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A사는 ‘합병·대표자 변경’ 등을 이유로 이노비즈 인증 확인서 재발급을 신청한 것이다.

중기청은 이를 바탕으로 확인서를 재발급해줬다가 이듬해 4월 선정을 취소했다. A사의 업력이 3년을 넘지 않고 C사가 존속하는 이상 두 회사가 신설합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자신들이 B사의 사업을 일부 승계하며 B사의 인적·물적 기반을 이전받는 등 사실상 ‘합병’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중기청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승계는 기존 회사가 존속한 채로 A사에 사업 부문 영업을 양도하는 것일 뿐”이라며 “신설합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A사가 B사의 변경 전 상호를 이용한 것은 중기청이 확인서 재발급 신청의 주체를 착오하게 만들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처분은 A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잘못 발급된 확인서가 정당하게 취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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