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부터 예능까지 다재다능한 내력을 뽐내는 배우 조복래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서는 결승전 진출을 앞두고 아깝게 탈락했지만,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대에 오른 조복래의 모습에 사람들은 찬사를 보냈다. 마지막 회 시청률 1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린 JTBC '대행사'에서 욕망을 위해 동생까지 위협하는 재벌 3세 조한수와 전혀 다른 조복래의 모습이었다.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던 조복래는 2015년 개봉한 영화 '쎄시봉'에서 송창식 역을 맡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 '차이나타운','범죄의 여왕', JTBC '보좌관 2', MBC '미치지 않고서야', '검은 태양' 등에서 활약하면서 신스틸러로 인정받았다. 특히 '대행사'에서는 그룹을 모두 차지하기 위해 동생 강한나(손나은 분)마저 제압하는 욕망의 화신 강한수로 완벽하게 분해 극 후반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는 평이다.
"아직 조연급이라 분량도 적고, 출연작들이 많다"면서 겸손하게 말했지만, 어떤 작품에서도 다른 캐릭터처럼 보이도록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조복래의 힘이다. MBC '미치지 않고서야'에서도 재벌을 연기했지만, '대행사들'에서의 한수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도 각 작품에 들어가기에 앞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한 덕분이다.
"실제로 '재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견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자제분들을 지인들의 소개로 만났어요. 전 어떤 작품에 들어가든, 직간접적으로 만나거든요. 제가 살아온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라 잘 모르니까요. 얘기를 나누다가 전화가 왔는데, 아버님을 '회장님'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을 참고했어요. 아버지지만 집에서도 기업 회장님으로 대하는 모습이요."
극 초반부에는 "밥만 먹는 장면만 찍어서 살도 많이 쪘다"면서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재벌가의 '밥상머리' 경영을 보여주면서 가족들의 식사 장면에서만 등장했는데, 이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조복래는 적은 분량 속에서도 후반부에서 빌런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초반 대본은 봤지만, 중, 후반부는 어떻게 풀어갈지 알 수 없기에 "앞에서는 조금 풀어진 모습들도 나오는데, 너무 풀어지면 시청자들이 아예 기대도 하지 않을 거 같았다"며 "더 조심스럽게 누르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극 중에서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남매 사이었지만, 촬영장에서 손나은과는 "재밌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극 중 할아버지 강근철과 아버지 강용호 역을 맡은 전국환, 송영창을 일컬으며 "제 앞에 선생님 두 분이 계시는데, 엘리트 연기를 하려니 긴장되고, 대사도 꼬였다"면서 "그런 제 모습을 보며 (손나은이) 잘 웃어줬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한수랑 비슷한 게 욕망이 넘치는데, 허당인 부분이 많다는 거 같아요. 촬영장에서 실수투성이에요. 와인잔을 들어 올리는 장면을 찍을 때도 화면에 잘 나오게 들어 올려야 하는데, '짠' 하면서 얼굴을 '딱' 가려버리고요. 원치 않게 몸 개그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조용조용하면서도 적재적소의 유머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조복래였다. 특히 함께 연기하는 선배 연기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을 드러내면서 "'대행사' 출연자끼리 조만간 보자고 했는데, 해외에 계신 분들도 있지만 곧 보지 않겠나" 웃었다.
"설정이 재벌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을 만나진 않았는데, 비서실장 역을 맡은 정승길 선배님과 많이 부딪혔어요. 선배님은 제가 연극 무대부터 많이 봤고, 대학로의 스타셨거든요. 그런데 '대행사'에서 만나서 만나 너무 좋았어요. 정말 유쾌하고 재밌는 분인데 더 많은 곳에서 봤으면 좋겠어요. 비서실장 설정상 묵묵히 현장을 지킬 때도 많고, 대기도 많이 하셨는데, 더 응원하고 싶어요."
'대행사' 배우들이 자주 언급했던 '뒤풀이'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대행사'는 거대한 세트를 사무실로 만들어 출연 배우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것처럼 촬영하고, 촬영을 마치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근처 치킨집, 고깃집에서 뒤풀이를 했지만, 조복래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조복래가 등장했던 부사장실은 여의도의 한 빌딩이었다. 1시간 대여비가 몇백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입지에 스카이라인 뷰를 자랑했던 공간이었다. 촬영할 땐 외로움을 느꼈지만, 방송이 시작된 후엔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들으며 "'대행사'가 진짜 인기가 많구나"라는 걸 알았다고.
"데뷔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서 이제 주변 분들 연락도 뜸해요. 채널을 돌리다가 보시고, 거기서 제가 보여서 연락이 오는 작품이 많지는 않았죠. 거의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대행사'가 된 거예요. 촬영을 마친지 한참 됐고, 시청률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너무 재밌게 촬영한 작품이라 저에겐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시청률까지 높으니 감사하죠."
꾸준히 자신의 자리에서 연기를 해 온 조복래는 '복이 온다'는 그의 이름 뜻처럼 시간이 흘러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 꾸준함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복래는 "지켜보고, 찾아봐 주시는 팬들께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언젠가 떠나시더라도 지금을 기억하며 서운해하지 않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웃었다.
본래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밝고 유쾌한, 역동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조복래였다. 1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조복래가 앞으로의 10년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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