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내 좌표 찍기, 문자폭탄 등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상황에 대해 걱정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7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만난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고 이런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증오의 씨앗을 뿌리면, 밑에 내려가면 그게 갈수록 증폭돼 밑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정말 굉장하게 돼 버린다"고도 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지지 행위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개딸들은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으로 규정해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 색출 등에 나선 바 있어 팬덤 정치를 향한 부정적 인식 형성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도 과거 강성 지지층의 과격 지지 행위를 '양념'이라 두둔한 바 있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7년 4월 3일 '문 후보 지지자 쪽에서 조직적으로 문자 폭탄 등 상대 후보를 비방했다'는 질문에 "그런 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성 팬덤의 테러를 '양념'이라고 두둔한 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낯설기만 하다"며 "개딸이 있기 전 극성스러운 문빠(문파文派·문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먼저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강성 팬덤은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퍼트린다"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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