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한 대당 100만원이 넘는 로봇청소기가 전년보다 2.4배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에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만큼은 활황이었다는 분석이다. ‘비싸도 고성능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성장을 이끄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매출 규모는 지난해 29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2100억원)과 비교하면 약 38.1% 성장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생활가전 대부분 재고 관리가 여의찮을 정도로 팔리지 않는 와중에 로봇청소기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 100만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0만원 미만 제품 판매량이 3%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Gfk 측은 “기본 기능을 갖춘 로봇청소기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비싼 제품도 많이 팔렸다”며 “편의성이 높은 프리미엄 기능을 원하는 소비층이 더 확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기를 보조하는 ‘세컨드 청소기’로 통하던 로봇청소기의 입지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도 분석됐다.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로봇청소기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22%를 기록했다. 이 비중은 2019년만 해도 9%에 불과했다. 기존 주류인 핸디스틱 청소기의 비중은 2019년 78%에서 지난해 68%로 줄었다.
업계에선 기존 청소기가 제공하지 못했던 자동 기능 등에 소비자 호응이 잇따르며 관련 시장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로봇청소기 시장이 점차 성숙해지면서 각 전자 업체들이 기존 로봇청소기보다 차별화한 제품을 지속 선보이면서다.
지난해엔 자동 걸레 세척, 건조 기능 등 편의성이 높아졌다. 센서 업그레이드를 통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청소할 수 있는 제품이 다수 출시됐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 봇 AI’는 집 구조뿐 아니라 가구, 가전, 컵, 강아지 등 20종의 사물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위험도를 분류한다. 주행 중 유리컵을 인식하면 깨지기 쉽거나 위험한 물체로 판단해 회피하는 식이다. LG전자 ‘코드제로 R9 오브제컬렉션’은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했다. 기존 70만장 수준의 사물 이미지를 학습한 제품 대비 4배 늘어난 약 300만장을 학습했다. 로보락, 에코백스, 샤오미 등도 먼지 흡입뿐 아니라 걸레질까지 해주는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잇따라 선보였다.
김도훈 GfK 연구원은 “사물 인터넷(IoT) 기술 및 AI 기술과 융합해 편리하면서도 안정적인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제품이 계속 나오면서, 로봇 청소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며 “핸디 스틱 청소기 대신 로봇 청소기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올해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Gfk는 올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가 3000억원을 처음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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