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게 꼬인 것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되, 노사 합의를 전제로 ‘더 일하고 싶을 때 몰아서 하고 일이 적을 때 푹 쉬자’는 정책 취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야당·노동계의 선동적 프레임에 휩쓸린 탓이다. MZ세대를 대변한다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연장근로시간 확대에 반대하자 윤 대통령은 보완 지시를 내렸는데, 젊은 층 지지율 하락이 우려된다고 중요한 노동개혁을 포기하겠다는 건지 우려스럽다.
더구나 근로시간은 청년뿐 아니라 30·40대 워킹맘, 중장년층은 물론 사무직과 생산직의 이해관계가 달라 한쪽 얘기만 들을 문제도 아니다. 현재 근로시간제도는 경직성이 너무 강해 산업 성격이나 기업 규모, 근로 형태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획일적 주 52시간제로 인해 “투잡을 뛴다”는 근로자가 지난해 54만6000명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제조업 생산직은 시급제로 월급제인 사무직과 달리 일한 만큼 버는데, 주 52시간제가 ‘일할 자유’까지 가로막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의견 수렴을 위해 최근 만난 MZ노조만 해도 하루 8시간(주 40시간) 근무와 출산휴가 등이 보장된 대기업·공기업 사무직이 중심이다. 대기업 사무직 중엔 주 4일 근무하는 곳도 있어 연구개발직이나 중기·스타트업과 확연하게 사정이 다르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2000만원을 돌파했는데, 획일적 근로시간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중기 등과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받은 만큼만 일하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끝’이라는 태도는 ‘쿨’한 게 아니라 ‘무책임’에 가깝다. 아무리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다고 해도 주인의식과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합심과 노력이 없다면 조직과 개인이 무슨 수로 발전하겠나. 구직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이 지난달 49만7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는 통계도 편한 자리만 찾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국엔 아직 노동집약적 산업이 많고 반도체·자동차·선박 등 주요 제조업 수출이 성장엔진이다. 노동유연성과 생산성이 바닥인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덜 일하고 어려운 업무는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면 경제가 버티기 힘들고 지금처럼 풍요로운 과실도 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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