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대표는 “북미 협력업체와 이르면 상반기에 세포 배양기 공급 본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올 1월 미국 산업재 소부장 대기업 A사와 일회용 세포 배양기 ‘셀빅’과 일회용 배양백 등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정은 크게 세포를 배양해 단백질을 추출하는 업스트림과 이를 정제해 약병에 넣는 다운스트림으로 구분된다. A사는 다운스트림에 특화된 업체로,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마이크로디지탈의 제품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이달 초도 물량 장비와 전담 인력을 A사에 보내 제품 교육 등을 할 예정이다.
A사는 100여 개국에 5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고, 작년 매출은 160억달러에 달해 시장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이번 수주가 급성장하는 글로벌 일회용 세포 배양기 시장을 선점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지난해 63억8100만달러(약 8조원)인 해당 시장은 2026년 141억8600만달러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A사가 점유하고 있는 북미 일회용 세포 배양기 시장의 약 10%(4883억원)를 차지하는 것이 회사의 1차 목표”라고 했다.
세포 배양기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크기의 세포에 안정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온도 및 산성도 등 제반 환경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게 관건이다. 세포 덩어리가 커지면 큰 배양기로 옮겨 담는 ‘스케일업’을 해야 하는데, 이전 배양기와 완벽히 똑같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까닭에 미국 사이티바 등 세 개 글로벌 대기업이 전체 시장을 과점해왔다.
마이크로디지탈의 일회용 세포 배양기 셀빅은 일회용 배양백 내부에 프로펠러처럼 생긴 교반장치 없이 배양기가 좌우상하,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배양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배양 조건에 맞춰 편리하게 스케일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기존 제품 대부분은 배양 공간에서 교반용 프로펠러가 작동하기 때문에 세포 손상이 잦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마이크로디지탈의 세포 배양기를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품목으로 승인했다.
김 대표는 미국 버클리대를 졸업한 후 노스웨스턴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개발부장 등을 거쳐 2002년 회사를 창업했다.
판교=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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