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러시아를 방문했다. 지난 14일 세 번째 국가주석 임기를 시작한 후 처음 하는 해외 순방이다.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 역할도 자처하며 ‘중재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목적은 ‘반미’ 동맹을 구심점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약속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시 주석은 모스크바에 도착한 직후 연설에서 러시아와의 굳건한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중심의 국제 체제를 단호히 수호하고,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기반해 세계 질서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양국 관계 발전은 세계 발전에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러시아와 중국은 여러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고 지난달 중국이 우크라이나 해법으로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 정상은 만남 전 상대국 매체에 기고문을 실었다. 시 주석은 러시아 국영 매체 리아노보스티통신에 기고문을 보내 “오늘날 세계는 이전 한 세기 동안 경험한 적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한 나라가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인민일보에 보낸 기고문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공격적이고 격렬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고강도 제재 속 대중 무역 의존도가 심화된 상태다.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의 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34.3% 급증해 1900억달러(약 248조원)를 넘어섰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을 받아 외교적 입지가 좁아진 푸틴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서방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전쟁을 중재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중국이 휴전을 요구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러시아에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만 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하일 코다레녹 러시아 군사 전문가는 “시 주석 방문에 대한 러시아의 기대가 크지만 중국의 동맹은 중국뿐”이라며 “중국 외교에는 이타주의가 없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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