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지역 전면 개편에 나선 것은 시장 침체기를 활용해 난수표 같은 부동산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규제지역 지정 제도는 대출과 청약, 세제 등 주택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만 수십 번의 부동산 대책을 거치면서 정책이 뒤죽박죽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하위 규제지역에 상위 조치들이 포함되는 등 위계가 흐트러지고 주택 수요자뿐 아니라 당국도 헷갈릴 정도로 정책이 뒤섞이는 결과를 낳았다.
당초 조정대상지역은 분양시장 과열 차단 목적의 최하위 규제 조치로 도입됐으나 규제가 겹겹이 더해지면서 투기 수요 유입 차단 목적의 투기과열지구보다 규제 수위가 높은 부분들이 생겨났다. 예컨대 조정대상지역보다 규제 단계가 높은 투기과열지구는 별다른 세제 규제를 받지 않는 반면 조정대상지역은 2주택 이상자에게 취득세 중과가 부과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가 적용된다. 세제 이외에 대출과 전매, 청약 기준, 주택 취득 시 자금조달·입주 계획 신고 등의 제한도 기간에만 일부 차이가 있을 뿐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뒤엉킨 규제를 단계별로 명확하게 나누겠다는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규제1지역보다 강력한 규제2지역은 전체 주택시장의 과열을 관리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의 금융, 전매 제한, 청약, 정비사업 관련 규제 내용을 유지하면서 조정대상지역 규제 가운데 세제 분야 규제를 적용한다.
규제지역을 단순화하는 대신 모니터링 대상 지역을 새로 도입한다. 모니터링 대상은 규제1지역 지정 이전 단계다. 전매제한이나 대출 규제 등 부동산 거래 관련 규제를 적용하기 직전에 주택 수요자에게 정보 제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지역을 지정해 하루아침에 각종 주택 관련 거래가 막히는 등의 재산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모니터링 대상 지역을 도입해 사전에 알리면 주택 수요자들이 이를 감안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투기지역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도 추가 규제가 필요한 곳에 적용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꼽혔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에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가 포함되면서 투기지역 지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중첩되고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책 수요자인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규제지역을 단순화하면 규제 정책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박종필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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