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통해 전술핵을 특정 고도에서 모의 폭발시키는 시연을 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협박을 넘어 실제 결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백m 상공에서 핵 폭발력 극대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전쟁 억제력과 핵 반격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해당 부대들을 전술핵 공격 임무수행 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기 위한 종합전술훈련이 18일과 19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19일 훈련과 관련,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된 전술 탄도미사일은 800㎞ 사거리에 설정된 조선 동해상 목표 상공 800m에서 정확히 공중 폭발함으로써 핵전투부(핵탄두부)에 조립되는 핵폭발 조종장치와 기폭장치들의 동작 믿음성이 다시 한번 검증됐다”고 주장했다.우리 군은 발사된 미사일이 ‘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미사일(KN-23)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의 공중 폭발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고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발표를 종합하면 특정 고도에서 정확히 폭발시킬 수 있는 기폭장치를 개발해 핵무기의 신뢰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통상 전술핵은 수백m 상공에서 폭발할 때 파괴력이 극대화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15~20kt(킬로톤·1kt은 TNT 1000t 파괴력) 수준의 핵탄두로 평가된다. 미국도 과거 핵탄두를 고도 약 500m 상공에서 폭발시켰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중 폭발을 시험한 것은 파괴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 대도시를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이 실질적인 핵 공격 능력 보유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훈련을 지도한 뒤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사실만 가지고서는 전쟁을 실제적으로 억제할 수 없다”며 “실지 적에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 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 공격 태세를 완비할 때라야 전쟁 억제의 중대한 전략적 사명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차 핵실험으로 전술핵 검증 예상”
북한의 이날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설정한 특정 폭발 고도에서 정확하게 폭발시킬 수 있는 미사일 탑재 ‘핵탄두부’를 제작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북한은 보도에서 강조한 ‘모의 핵탄두 공중 폭발’과 관련한 명확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 ‘기폭장치 개발’의 완결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기폭장치까지 장착해 테스트했다고 보도했다”며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사실관계와 약간 다른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 차관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사실상 실전배치가 임박한 정도의 수준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발사 성공을 바탕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35~40도)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소형화된 전술핵의 성능 평가를 위한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북한이 만약 전술핵을 개발했다면 7차 핵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하고 공개적으로 국제사회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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