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의 세계적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가 한국 팬들과의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해리 스타일스는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1만5000여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해리 스타일스는 2010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The X-Factor)를 통해 결성된 5인조 보이그룹 원디렉션으로 데뷔,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정규 앨범 4장을 잇달아 '빌보드 200' 정상에 올린 '팝 밴드계 아이돌' 원디렉션의 누적 음반 판매량은 무려 7000만장. 여전히 '왓 메이크스 유 뷰티풀(What Makes You Beautiful)', '원 띵(One Thing)', '퍼펙트(Perfect)', '히스토리(History)' 등 다수의 곡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공연 시작 전 원디렉션의 '베스트 송 에버(Best Song Ever)'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해리 스타일스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 스탠딩석은 물론 지정석까지 꽉 채워진 객석은 그를 향한 국내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대변하는 듯했다.
해리 스타일스는 원디렉션이 활동을 중단한 이후 2017년 솔로 아티스트로 첫발을 내디뎠다. 결과는 성공적. 1집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로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단숨에 깬 그는 2집 앨범 '파인 라인(Fine Line)'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워터멜론 슈가(Watermelon Sugar)'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발표한 3집 앨범 '해리스 하우스(Harry's House)'로는 미국의 '그래미 어워즈'와 영국의 '브릿어워즈'를 모두 석권했다.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과 '베스트 팝 보컬' 부문을 수상했다. '브릿어워즈'에서도 '올해의 앨범'을 포함해 리드 싱글로 발표한 '애즈 잇 워즈(As It Was)'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아티스트', '베스트 팝/알앤비 액트' 부문을 거머쥐었다.
이번 내한 공연은 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다가 2021년 9월 재개한 '러브 온(Love On)'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포문은 '뮤직 포 어 스시 레스토랑(Music for a Sushi Restaurant)'이 열었다. 심장을 뛰게 하는 강렬하고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메우자 관객들은 열광했다. 가슴이 푹 파인 줄무늬 시퀸 점프 수트를 입고 무대에 오른 남성. 객석 2층에서도 단번에 해리 스타일스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오프닝부터 무대 이곳저곳을 누비며 노래했다. 관객들은 팔을 번쩍 들고 제 자리에서 뛰며 해리 스타일스의 열정에 화답했다. 이어진 '골든(Golden)' 무대에서는 후렴구마다 떼창이 터져 나왔다. 1만5000여명의 환호성에 올라타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는 해리 스타일스, 그리고 그를 따라 일렁이는 응원 물결이 장관을 이뤘다. 해리 스타일스는 '어도어 유(Adore You)'를 부르며 돌출 무대로 걸어 나와 좌·우·정면까지 객석 모든 곳에 빈틈없이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오프닝을 마친 후 해리 스타일스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내 이름은 해리"라고 소개하고는 관객들을 향해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한국에서 여는 제 첫 공연을 선택해줘서 고맙다. 오늘 여러분들을 최고로 즐겁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기분이 어떻냐", "즐겁냐"라고 물으며 반응을 살핀 그는 이내 "준비됐냐.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이 공연을 최대한으로 즐기자"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이어 '킵 드라이빙(Keep Driving)', '데이라이트(Daylight)', '우먼(Woman)'까지 잇달아 선보이며 콘서트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노래하는 도중 수시로 객석 곳곳을 가리키며 소통에 나서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새틀라이트(Satellite)' 무대에서는 그의 손짓에 맞춰 관객들이 일제히 점프하며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마틸다(Matilda)' 무대에서는 휴대폰 불빛을 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 관객들에게 해리 스타일스가 손가락 하트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대중에 얼굴을 알린 후 무려 13년 만에 한국에 온 해리 스타일스는 팬들의 기다림에 부응하려는 듯, 만반의 팬서비스를 준비한 모습이었다. "감사합니다. 서울", "사랑해요", "코리아 와서 행복해요" 등 준비해 온 한국어를 쏟아내는가 하면, 무대 중간에 태극기를 활짝 펼쳐 보이기도 했다. 또 스탠딩석에 있는 관객들의 이름을 직접 묻고 '13년을 기다렸다'는 플래카드를 직접 들고 읽기도 했다. 생일을 맞은 한 팬에게는 한국어와 영어로 떼창 축하 노래를 선물해주는 특급 팬서비스를 선사하기도 했다.
단연 돋보인 건 해리 스타일스와 관객들이 쉴 틈 없이 주고받는 에너지였다. 원디렉션 최고의 히트곡 '왓 메이크스 유 뷰티풀'이 나올 땐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떼창하고 점프하며 환호를 쏟아냈다. 하나가 된 1만5000명의 목소리는 강한 전율 끝에 긴 여운을 남겼다. 해리 스타일스는 감격한 듯 "정말 환상적인 밤"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왓 메이크스 유 뷰티풀'에 대적할 솔로 히트곡 '애즈 잇 워즈'는 앙코르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역시 기립과 떼창으로 완성했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HARRY, YOU ARE THE LOVE OF OUR LIVES(해리, 당신은 우리 삶의 사랑)'가 적힌 슬로건을, 해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프라이드 플래그)을 각각 펼쳐들었다.
공연을 마치며 해리 스타일스는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여러분들은 내가 한국에 온 유일한 이유"라며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오늘이 우리의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열띤 호응을 끌어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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