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는 1955년 경기도 수원에 선경직물을 세워 출시한 ‘봉황새 이불감’ 등의 인기몰이로 그룹의 기틀을 잡았다. 하지만 1973년 11월15일 48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뒤를 이어 동생 고 최종현 회장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인수해 사세를 키웠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와 최종현 회장의 각별한 우애가 자손 세대까지 이어졌다. 최종현 회장은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63)과 차남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60), 최종건 창업주의 아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71)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59)을 차별 없이 대했다. 이들은 우애를 과시하면서 잡음 없이 SK그룹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점이 지나면서 각자 홀로서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창원 부회장의 경영기반이면서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산하 계열사들이 인하우스(in-house·회사 내부) 컨설팅 조직·인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SK디스커버리 자회사인 SK케미칼은 최근 강석호 전략센터장(Strategy Center장·임원급)을 영입했다.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인 그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모니터그룹을 거쳐 LS엠트론 트랙터사업본부장으로 직전까지 근무했다. 이 회사는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로 근무했던 양희진 법무실장(임원) 최근 신규 선임했다.
SK가스는 2013년 출범한 인하우스 컨설팅 조직인 BSC(business solution center·비즈니스솔루션센터)에 최근 싸이티바 코리아(옛 GE헬스케어) 이사 출신 김기훈 담당 임원과 1986년생인 우지윤 담당 임원을 영입했다. 우지윤 임원은 SK가스에서 유일한 30대 임원이다.
SK케미칼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10월 김영석 전략기획 담당 임원을 새로 선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와 EY한영, AIA생명 본부장을 거친 전략통이다. 이들은 인하우스 컨설팅 등으로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의 사업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창원 회장은 지분 40.18%(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를 통해 독자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SK디스커버리는 최태원 회장이 지분 0.11%를 보유하고 있을 뿐 SK그룹과 지분 관계가 전혀 없다. SK디스커버리는 자회사로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를 거느리고 있다.
최 회장이 SK디스커버리를 바탕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기반은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SK 브랜드를 사용하는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사업을 전개하면서 SK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며 얻는 이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K그룹 오너들 간의 사업 지향점이 다른 만큼 갈수록 홀로서기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사업재편과 인하우스 컨설팅 등으로 신사업을 강화하고 몸집을 키워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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