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생산하는 승용차 라인업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국내 기준 5032만원으로 전년보다 5.7% 높아졌다. 해외에서의 가격 상승 폭은 더 가팔랐다. 지난해 해외 승용차 평균 가격은 5044만원으로 전년보다 18.2% 뛰었다. 2020년 대비 2021년 19.2% 급등한 데 이어 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RV의 해외 평균 가격은 지난해 5090만원으로 2021년보다 12.0% 상승했다. 제네시스, SUV 등 상품성과 수익성이 높은 모델을 중심으로 차량을 출시한 결과다.
제네시스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출시 6년 만에 주요 프리미엄카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현지 2월 평균 가격은 6만2768달러로 전년보다 9.1% 높아졌다. 도요타의 렉서스(5만7387달러), 제너럴모터스(GM)의 GMC(6만1694달러), 닛산의 인피니티(6만1363달러) 등을 모두 앞질렀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시카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형 SUV GV70는 권장소비자가격(MSRP) 대비 웃돈이 가장 많이 붙은(27.5%) 차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GV80 역시 21.0% 웃돈이 붙어 산업 평균(8.8%)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도 상품성이 높은 고가 차량 판매를 중점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는 최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에서 “대당 판매 이익이 500만~800만원 수준인데, 판매단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8개 국가 공장은 2019년 평균 99.7% 가동됐으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84.1%로 떨어졌다. 2021년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극심했지만, 공급망 관리 성공으로 94.1%까지 확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러시아 공장 가동률이 22.1%에 불과했던 지난해에도 글로벌 평균 가동률은 96.6%로 높아졌다. 기아의 글로벌 5개 국가 공장 역시 2020년 74.5%에서 2021년 81.5%, 지난해 91.1%로 연달아 평균 가동률이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는 만큼 주말 특근 등을 늘려 공장 가동률을 더 높일 계획이다. 금리 인상 여파에도 수요는 아직 탄탄한 편이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국내 대기 물량은 100만 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대기 수요도 각각 최대 120만 대에 달한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책을 계속 마련 중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