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올해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후 두 번째로, 추후 진행될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이목이 쏠린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비롯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비판해왔던 국민의힘이 이번 표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엄재상)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하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후보자로부터 7000만원을 수수하고 전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지역 사무소 운영 경비 등 명목으로 575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현역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 수 있다. 이에 법원은 체포동의 요구서를 검찰로 송부하고, 이는 대검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야 하며, 시한을 넘기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한다.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299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에 169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표만으로도 체포동의안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아직까지 하 의원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반대 최대 138표를 던져 부결시킨 바 있다.
이에 이 대표 표결 당시 '방탄' 프레임으로 공세를 폈던 국민의힘이 이번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정말 자신의 결백을 믿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으라"(권성동 의원), "국회 오욕의 날로 기록될 것"(박정하 의원) 등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그간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해왔던 만큼, 의원 자율 투표로 표결에 임하되,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체포동의안이 오면 저희는 체포 동의 사유에 관해 법무부로부터 설명을 듣고 의원총회에 보고할 것"이라며 "의원들이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우리는 여러 차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어 "의총을 해봐야 알겠지만 당론까진 정하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국민의힘)는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그것이 당론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 역시 전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불체포특권을 포함한 잘못된 관행들은 정의당과 보조를 잘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하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 김 대표의 말씀에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우리가 함께 이야기해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압박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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