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모델을 꿈꿨다. TV 속 우아하고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는 모델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도전은 막막했다. 주변의 조언에 따라 '유치원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했고, 30년이 넘도록 열심히 일했다. 그래도 가슴 속에서 꺼지지 않던 꿈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올해로 65세, 시니어 모델이 결심한 박소연 씨의 동기는 '꿈'이었다.
박 씨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100인 효 인물 대상'에서 문화 부문 라이징 모델상을 받았다. 지난 2일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국민 대상' 에서는 '라이징 모델상', '시니어 여자 모델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자마자 3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시니어 모델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박 씨의 전직은 '유치원 교사'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이들 교육에 '올인'했다. 인생의 절반을 쏟아부은 것. 열심히 한만큼 성과도 있었다. 직접 운영했던 유치원은 지역에서 꽤 높은 경쟁률을 자랑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환갑을 넘긴 나이에 박 씨는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간 꿈꿔왔던 일을 하며 후회 없는 노년기를 보내기로 한 것.
30년이 지났어도 도전은 막막했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원장으로 유치원을 돌보고, 학부모를 상대하느라 몸은 지쳐만 갔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이렇게 있다간 안 되겠다'고 판단한 박 씨는 지난해 과감하게 유치원을 정리하고 모델로 전업했다. 박 씨는 "지인들 모르게 조용히 준비한 탓에, 모델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다들 깜짝 놀라 했다"면서 웃어 보였다.
"65세가 되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정년퇴직하는 걸 보면서, 슬슬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도전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어요. 즐겁고 행복하게, 그러면서 나름대로 품격있게 살아보자는 마음이었죠. 지금 모델 일을 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행복의 최대치를 느끼고 있어요. 전에 비해 자존감도 많이 높아졌어요."
박 씨는 "화보 촬영은 인생을 살며 전혀 안 해본 일이다 보니 모든 게 새롭고, 평소 입어보지 못했던 옷들을 입어서 좋았다"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 아직 어색할 때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행복이 이를 앞선다"고 전하며 행복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고, 13cm가 되는 높은 굽을 신어 "늦은 밤이 돼서 발이 퉁퉁 부어도 피곤한 줄도 모른다"면서 그저 재밌고, 즐겁다는 설명이다.
모델에서 나아가 연기자로도 도전을 준비 중이다. 영화 '짜장면 고맙습니다'를 연출한 신성훈 감독의 차기작 영화 '신의 선택'에 발탁된 것. 촬영에 앞서 "표정 연습에 힘쓰고 있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항상 운동도 놓치지 않고, 먹는 것도 단백질 등을 꾸준히 섭취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최대한 좋은 생각을 많이 해요.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해요. 그간 유치원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는데,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꾸기 시작하니까, 힘듦보다 행복감이 더 크더라고요."
"항상 시간에 쫓기고, 하루 내내 촬영을 해 보통 정신력이나 체력이면 못하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도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이 일이 즐겁게 느껴져요."
박 씨는 본인과 같이 노년기에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저도 이제 막 제 꿈을 펼치기 시작해서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도 "용기면 충분하다"고 응원했다.
"보통 모델은 연령이 높으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여기는데,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60대도, 70대도 할 수 있어요. 모델 일을 시작하고 건강도 좋아졌어요. 실행할 용기만 있다면 나이가 많아도 누구든 '제2의 인생'에 도전할 수 있어요."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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