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시설 공매는 신도시마다 쏟아지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에이스케이씨티타워는 상가 64개, 오피스텔 22실 등 총 351억원 규모의 공매가 이달 진행된다. 2020년 준공됐지만 편의점과 음식점 한 곳, 골프연습장을 빼면 모두 공실이다. 인근의 Y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적고 경기도 좋지 않아 상가에 들어오려는 자영업자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4~5년간 미분양 상가 할인 분양으로 버티던 곳도 금리 부담에 쓰러지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민락지구 제이맘타워(사진)는 2017년부터 병원과 산후조리원 등을 입주시켜 활성화를 노렸다. 하지만 대출 연장에 실패하면서 교보자산신탁이 42개 미분양 상가를 222억원에 통째로 공매에 넘겼다.
공매를 통한 매각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1월 공매에 나온 신축 상업시설인 대구 동구혁신도시 연세병원 토지·건물은 이달까지 다섯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가 531억원에서 35%가량 내린 348억원까지 떨어졌으나 매각에 실패했다. 신탁사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땐 미분양 사업장도 인수하겠다는 곳이 줄을 서 공매까지 가지 않았다”며 “지금은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30~40% 떨어진 입찰가에도 매수자가 없다”고 했다.
부동산이 헐값에 팔리거나 매각에 실패하면 PF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상가 29개가 330억원에 공매에 나와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구리갈매지구 다인로얄팰리스 대주단에는 서울 왕십리와 경기 광명·양평 등지의 12개 지역 새마을금고가 얽혀 있다. 대구 동구혁신도시 연세병원 건립에는 동서울신용협동조합이 돈을 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19~2021년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풀리자 그전까지 은행과 대형증권사가 사업성이 낮다고 여겨 대출을 거절한 사업들이 대거 현실화했다”며 “저금리로 수익을 낼 곳이 마땅치 않던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지역 농협·신협 등 2금융권 금융사들이 활발하게 PF대출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은 “과거 일본 사례와 같이 정부가 상가를 주거시설로 용도 전환하도록 허용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일/박시온/안정훈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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