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민연금공단이 수급자에게 줘야 하는 급여액이 전년 대비 20%가량 급증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재테크’를 위해 몰려든 추후납부(추납) 신청자가 대거 수급자로 전환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2007년 이후 보험료 인상 등 연금개혁 없이 ‘표심’을 노린 사각지대 해소에만 매달린 후폭풍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급여 지급액은 36조2287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30조6084억원)보다 18.4%(5조6202억원) 증가한다. 국민연금 지급액이 본예산 기준으로 전년 대비 5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은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처음이다.
올해 국민연금 예산 편성의 기준이 된 수급자는 약 679만 명이다. 지난해(664만 명) 대비 15만 명 늘어난 수치다. 수급자 급증은 물가 상승과 함께 연금 지급액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도 예산을 짤 때 전망한 수급자는 639만 명이었는데 결산 결과 예상치를 25만 명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수급자 증가의 배경에는 연금 추납제도 확대가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납을 통해 수급 자격을 얻은 연금 수령자 등 신규 수급자가 지난해 13만6000명에 달했다. 추납은 가입 뒤 실직, 휴폐업 등의 이유로 내지 않은 보험료를 최대 10년치까지 한꺼번에 내 국민연금 수급권을 가질 수 있는 제도다. 국민연금 수익비를 감안할 때 낸 돈의 두세 배 혜택을 얻을 수 있어 대표적인 연금 재테크 수단으로 통한다.
2015년 경력단절 전업주부의 추납 신청이 가능해지면서 그전까지 5만 명 미만이던 연간 추납 신청자는 1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누적된 추납 신청자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연금 수령에 들어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지급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도 공단은 급여 지급액 예산을 30조6084억원으로 짰으나 수급자가 추산치보다 크게 늘자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34조1273억원으로 3조5188억원 늘렸다. 이 과정에서 국채 매입 등에 쓰려던 기금까지 연금 지급에 투입했다. 국민연금이 연금 지급을 위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추납을 통한 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료 인상 등 개혁 없이 이뤄진 추납 확대 정책이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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