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볼모로 '사회적경제법' 밀어붙이는 野

입력 2023-03-21 18:33   수정 2023-03-22 01:02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사회적경제 기본법’ 처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에도 관련 법안 처리를 요구하며 세제 개편안 심의를 미룬 바 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해당 법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급망 기본법과 재정준칙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의 밀어붙인 민주당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는 사회적경제법을 중점 논의했다. 소위원장을 맡은 신동근 의원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심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여당 의원들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신 의원은 “이런 식이면 공급망 기본법도 못 해준다”며 심의를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사실상 ‘운동권의 지대 추구를 돕는 법안’이라고 비판한다. 좌파 시민단체 등이 장악한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등이 지원 대상인데 이들에 부지 구입비와 시설비 지원, 국공유지 및 국유재산 임대 등이 이뤄지도록 규정돼 있어서다. 정부가 구매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최대 10%를 사회적기업 등에서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도 담겼다. 원안대로 통과되면 사회적기업은 연 7조원에 이르는 상품을 정부와 공공기관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소위에서는 지원 대상 사회적기업에 정치적 의무를 부여하자는 여당의 요구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기도 했다. “지원을 미끼로 정치적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관련 법인 협동조합법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 정도는 명시돼 있다”며 “사회적경제법을 통해 민주당이 우호적인 외부 세력을 지원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공급망법 등 발목 잡혀
소위에서 민주당은 사회적경제법을 비롯해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법’ ‘협동조합법 개정안’ 등 이른바 ‘운동권 지대 추구 3법’ 안건을 공급망법과 재정준칙 등 주요 현안 사이사이에 배치했다.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으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안건 심의도 봉쇄되도록 한 것이다.

공급망법은 대통령 직속으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제안보 품목을 지정해 공급망 위기 시 관련 기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원래 쟁점 법안이 아니었지만 사회적경제법에 가로막혔다. 예산안 편성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재정준칙도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기재위는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강행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처리가 시급한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사회적경제법과 연계하는 시도는 앞으로도 반복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회적경제법 중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을 추려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모두 털어내더라도 사회적경제법 자체는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이라며 “이후 법 개정을 통해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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