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 미술 투자자들의 눈은 홍콩에 맞춰져 있다. 올 한 해 글로벌 미술시장의 열기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힌트’가 담긴 ‘아트바젤 홍콩’(21~25일)이 열려서다.
매년 3월 개최되는 이 아트페어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이자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미술업계는 이 장터에서 ‘슈퍼리치’들이 사들인 미술품 규모를 보고 올해 시장의 방향을 가늠한다. 게다가 올해는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과 이듬해 터진 코로나19 이후 여는 사실상 첫 행사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행사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부스 사이 통로에 ‘트래픽 잼’이 생겼을 정도였다. 중국 거부들은 수십억원대 작품을 백화점에서 명품백을 쇼핑하듯이 쓸어 담았다. 일본 갤러리 오타 파인아츠는 구사마 야요이의 조각 작품을 350만달러(약 45억원)에 팔았다. 페이스갤러리는 이우환의 2014년 작품 ‘다이얼로그’를 97만5000달러(약 12억7500만원)에, 타데우스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을 120만달러(약 15억7000만원)에 넘겼다.
한국 화랑들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번 아트페어에 부스를 낸 32개국 177개 갤러리 중 한국 화랑은 12곳. 학고재갤러리가 내건 정영주 작가 작품들은 개막 직후 완판됐다. 우찬규 학고재 회장은 “김현식 작가와 김재용 작가의 작품도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국제갤러리가 내건 2억5000만원대 박서보 소품과 3억원대 하종현 작품도 높은 가격에 팔렸다. 갤러리바톤은 김보희 작가의 작품을 중국의 한 미술관에 넘겼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컬렉터와 갤러리스트들은 “그래봤자 매출이나 열기 모두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한 미술관 관장은 “2019년 전만 해도 행사 몇 달 전부터 홍콩 컨벤션센터 인근 호텔이 풀부킹됐는데 올해는 빈방이 많다”며 “서양 관객 비중, 수백억원대의 대작 출품 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홍콩의 중국화’가 부른 필연적인 결과로 해석한다. 한 갤러리스트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홍콩을 떠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갤러리스트는 “출품작을 고를 때부터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작품이 없는지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며 “중국에 대한 반감 때문에 행사에 오지 않은 컬렉터들도 있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앞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이 홍콩과 서울 양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이 신흥 미술 중심지가 되고 있지만, ‘대륙의 관문’이자 중국 큰손들의 집결지란 홍콩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홍콩=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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