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청약 규제가 대거 풀린 데다 금리 급등세가 완화되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서다. 매수 심리와 주택 거래량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청약 경쟁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다음달부터는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에서도 추첨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길이 열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세종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의 경우 한 주 전(66.0)에 비해 4.4포인트 뛴 70.4를 기록해 단숨에 70대를 회복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60대 초반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올 3월 둘째주 68.4를 기록해 2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 5개 권역 매매수급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영등포·양천구 등이 있는 서남권이 61.4에서 61.9로, 마포·서대문구가 속한 서북권은 62.0에서 62.4로 상승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있는 동남권은 71.6에서 72.0으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포함된 동북권은 71.2에서 72.9로 뛰었다. 종로·용산구가 있는 도심권은 70.0에서 72.6으로 올랐다.
아파트값 하락세도 둔화하고 있다. 이달 둘째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에 비해 0.16% 떨어졌다. 올 2월 둘째주 이후 5주 연속 하락 폭이 줄었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하락 폭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하게 위축됐던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가격 하락 폭도 둔화되다 보니 급매물 소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덕분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3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직전인 작년 12월(836건)에 비해 2.7배가량 늘었다. 2021년 10월 이후 약 1년 반 만의 최대 거래량이기도 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이 반등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주택 시장에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 폭이 줄고 거래량이 늘고 있어 추가 규제 완화나 금리 인상 국면 마무리 등의 여건이 더해지면 시장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달부터 서울 주요 도심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 문턱이 크게 낮아진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중소형 아파트 청약에 추첨제를 도입한다. 기존 가점 100%였던 전용면적 60㎡ 이하는 가점 40%, 추첨 60%로 조정된다. 전용 60㎡ 초과~85㎡는 가점 70%, 추첨 30%로 바뀐다. 기존 가점 50%, 추첨 50%였던 전용 85㎡ 초과는 중장년층이 대형 주택형을 선호한다는 점을 반영해 가점제 비율을 80%로 높인다.
올해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분양을 추진 중인 단지는 래미안원펜타스, 래미안원페를라, 청담삼익롯데캐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이다. 대규모 단지가 잇따라 선보이는 가운데 추첨제까지 늘면서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청년층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 기회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가입 기간 등 가점을 더해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가점제와 달리 추첨제는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 수가 적은 20~30대나 1인 가구 등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올초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서 서울 중소형 아파트에 적용되는 추첨제 물량이 크게 늘었다. 비규제 지역에선 중소형 물량의 60%가 추첨제로 공급되고 있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는 가점제 40%, 추첨제 60%가 적용되고 있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100%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달 이후 서울 ‘알짜’ 지역에서 추첨제 물량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저가점자들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기 수요가 많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인기 지역의 청약 흥행 가능성이 커졌다”며 “입지가 좋은 단지의 추첨제 물량에 실수요자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상황에 따라 금융 시장 여건이 달라질 수 있어 내 집 마련 전략을 세울 때 금리 동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올 들어 주택 거래가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 않은 데다 미분양 급증에 따라 주택 시장 둔화가 재차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청약에 나설 때 주변 시세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인근 지역의 집값 전망을 미리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추첨제 물량이 늘었다고 무작정 청약에 나서는 것보다 입지, 분양가, 단지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청약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 청약보다 유리한 급매물이 나올 수 있어 주변 시세를 수시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