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1000억 공개매수 성공…소액주주 '부글부글'

입력 2023-03-22 14:25  

이 기사는 03월 22일 14: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1000억원 규모의 한샘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IMM PE는 이번 공개매수로 지분을 끌어올리면서 한샘 주가 급락으로 불거졌던 인수금융 디폴트 우려를 일부 해소하고 최악의 위기에서 한 발 벗어났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들끓고 있다. 회사가 끌어모은 자사주의 상당량을 소각 대신 IMM PE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서다.

IMM PE는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주당 5만5000원으로 진행한 한샘 보통주 공개매수 결과 1220억원어치가 청약됐다고 22일 밝혔다. IMM PE는 청약 물량 중 목표했던 181만8182주(7.7%), 1000억원 규모 지분만 인수할 계획이다. 초과분에 대해선 청약한 주식 수량을 비율대로 똑같이 나누는 안분비례 방식을 적용해 인수할 방침이다. 이번 공개매수로 IMM PE의 한샘 지분은 기존 27.7%에서 35.4%로 늘어나게 됐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서 IMM PE는 한샘 주가급락에 따른 후폭풍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IMM PE는 지난해 조창걸 전 한샘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7.7%를 1조4513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주당 22만1000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인수 직후 한샘 주가가 주당 4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주식을 담보로 빌린 약 8550억원 규모 인수금융의 담보 가치가 바닥 날 위기에 직면했다. IMM PE는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대주단과의 협의해 담보가 될 한샘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급한불을 끄기로 했다.

IMM PE가 내년부터 도입될 상장사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따라 지분 확대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제도가 본격화되면 IMM PE로부터 한샘을 인수할 원매자는 IMM PE의 보유 지분 뿐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같은 가격으로 함께 인수해 '50% + 1주'를 확보해야 한다. IMM PE의 인수 시점 가격을 적용하면 50% 인수에 2조6196억원을 지급해야 해 원매자의 부담이 대폭 늘게 됐다. 시장에선 주가 하락기에 IMM PE가 지분율을 늘려 주당인수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재매각에 대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다만 한샘 소액주주 사이에선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IMM PE의 '자사주 활용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IMM PE는 500억원어치에 달하는 한샘 자사주(90만9091주)를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전체 공개매수 규모인 1000억원의 절반 규모다. 안분비례에 따라 공개매수 410억원 규모의 자사주가 공개매수로 처분됐다. 앞서 한샘은 지난해 1월에서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140만주, 107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평균 7만7000원에 매입한 바 있다. 해당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고 평균 매집 단가보다 낮은 5만5000원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식으로 매각되면서 소액주주 기회를 뺏고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활용됐다는 불만이 나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소액 주주들에 기회가 될 수 있는 공개매수를 회사 몫으로 가져간 데다 보유한 나머지 자사주도 이런 방식으로 대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부정적 신호가 됐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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