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라고 부르는 크로노그래프[정희경의 시계탐구 21]

입력 2023-03-22 17:55  

이 기사는 03월 22일 17: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크로노그래프는 다이얼 안에 2개 또는 3개의 작은 원형 카운터를 두고 크로노그래프 30분과 12시, 그리고 작은 초침창을 표시합니다. 최근에는 정반대의 색상을 보여주는 디자인이 인기입니다. 동물인 판다에서 착안해서 '판다 크로노'라 부르는 스타일은 1960년대부터 등장했었습니다. 눈에 띄는 독특한 판다 크로노 신제품을 소개합니다.



1960년대엔 자동차 경주에 영감을 받은 크로노그래프 시계들이 다수 출시됐습니다. 짧은 시간을 측정하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은 타키미터 눈금으로 평균 속도까지 알 수 있어서 기록 경기에 있어 요긴한 기능이었죠. 다이얼에는 스몰 디스플레이, 카운터라 부르는 작은 원형칸으로 작은 초침창인 스몰 세컨즈와 크로노그래프 30분 또는 12시간 표식을 두고 있습니다. 브라이틀링, 태그호이어, 롤렉스 등은 가독성을 위해 스몰 카운터를 다이얼과 다른 색상으로 표시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얼굴과 몸통은 희고 눈, 코, 귀, 네 다리는 검은 판다처럼 생겼다고 해서 ‘판다 크로노’라 불렀습니다. 실제 판다처럼 흰색 바탕에 검은색 카운터는 ‘판다 크로노’, 반대로 검은색 바탕에 흰색 카운터라면 ‘리버스 판다(Reverse Panda)’라 부르고 있죠. 1960년대 유행했던 이 스타일은 2017년 배우 폴 뉴먼이 소장한 롤렉스 데이토나 판다 크로노가 필립스 경매에서 롤렉스 시계부터 스틸 시계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인 약 200억 원 수준으로 낙찰된 이후에 더욱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대표적인 판다 크로노 신제품 시계를 살펴봤습니다.

1.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 43 보잉 747

판다 크로노를 어떤 브랜드가 제일 먼저 소개했냐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브라이틀링은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 카운터 색상이 다른 크로노그래프를 소개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과거 아카이브 속 시계에서 착안한 복각 모델을 선보이면서 내비타이머, 탑타임, 크로노맷 등 여러 컬렉션에서 다양한 판다 크로노 시계를 내놓고 있죠. 작년 트라이엄프 등 모터사이클 회사와 손잡고 만든 탑타임에 이어 내비타이머에서는 1969년 장거리 비행을 위해 출시된 오리지널 점보 제트기 보잉 747 비행기를 기념한 시계를 판다 크로노로 소개했습니다. 9시 방향 스몰세컨즈, 3시와 6시 방향에 각각 30분과 12시간 크로노그래프 카운터를 검은색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747개 한정생산된 시계로 가격은 1271만 원입니다.

2.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1963년 폴 뉴먼의 아내 조안 우드워드는 자동차 경주를 좋아했던 남편에게 “Drive Carefully, Me”라고 각인한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를 선물했습니다. 2017년 필립스 제네바에 등장한 이 시계는 배우 폴 뉴먼이 소장한 데이토나가 당시 1775만2500달러, 원화로 2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에 낙찰돼 화제가 되었죠. 롤렉스 시계 가운데 가장 고가를 기록한 롤렉스 시계는 스틸 소재 판다 크로노 다이얼로 폴 뉴먼의 데이토나라 불리며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현행 제품은 18K 화이트 골드 케이스, 타키미터 눈금을 새긴 세라믹 베젤, 운석 다이얼에 검은색 카운터, 견고한 오이스트플렉스 브레이슬릿을 부착했습니다. 자체 제작한 4130 자동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했습니다. 가격은 4596만 원.

3. 해밀턴 아메리칸 클래식 인트라-매틱 크로노그래프 H



2012년 처음 소개한 인트라-매틱은 1960년대 중반에 소개한 시계를 재현했습니다. 동그란 케이스, 2개의 푸셔, 타키미터 눈금이 그려진 다이얼과 대비되는 크로노그래프 카운터 등 빈티지 시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특별히 제작한 H-51 수동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해 매력적인 시계로, 다이얼에 ‘매커니컬’이라 표기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격은 290만 원.

4. 태그호이어 까레라 60주년


판다 크로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태그호이어 까레라의 초기 모델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63년 호이어 까레라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600개만 생산한 한정판으로 39㎜ 케이스, 은색 다이얼에 검은색 서브 다이얼이 대비되는 시계입니다. 한정판 제품으로 가격은 933만 원.

5. 불가리 알루미늄 크로노그래프

1998년 불가리는 시계업계에서는 드물게 알루미늄 소재와 러버 스트랩을 결합한 시계를 소개했다.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해 기존 시계보다는 저렴했던 시계는 고급 패션시계로 널리 알려지며 지금도 빈티지 시계로 인기가 있다. 2020년 불가리 불가리 컬렉션에서 알루미늄 시계를 되살리면서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추가했다. 알루미늄과 러버 소재를 결합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검은색 카운터를 넣은 판다 크로노는 ETA 2894-2 기계식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고 620만 원이다.


6.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 크로노그래프


1960년대 빈티지 판다 크로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포츠 시계, 오버시즈에서는 2016년 검은 다이얼에 흰색 카운터를 넣은 리버스 판다를 소개했었고 2023년 카운터가 검은 판다 크로노를 새롭게 소개했습니다. 150m 방수를 보장하기 위해 스크루인 크라운과 푸셔를 부착한 크로노그래프는 새롭게 설계한 칼리버 5200을 탑재했습니다. 통합형 기계식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 트윈 배럴 52시간 파워 리저브, 22K 골드 로터를 부착하고 제네바 인증을 받았습니다. 가격은 4770만 원.


정희경

<노블레스>, <마담휘가로> 등의 잡지에서 기자, 부편집장을 지냈고 타임포럼 대표를 거쳐 현재 매뉴얼세븐 대표를 맡고 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등 여러 시계업체의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2015년부터 고급시계재단(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아카데미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계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the Grand Prix d’Horlogerie de Geneve)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경 CFO Insight에 연재하는 문제들을 모아 <시계지식탐구>를 발간했고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1호는 파란 다이얼과 금속 밴드를 가진 시계, 2호는 판다 크로노로 시리즈물로 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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