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 미국 보조금을 받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신규 투자 가능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무부는 중국 내 소비 비중이 85%가 넘는 범용(레거시) 반도체에 한해서만 생산라인 신설을 허용했다. 반도체는 중국에서 수출되는 비중이 높다. 반도체의 신규 투자를 허용하면 세계 시장의 중국 생산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내수용 반도체에 대해서만 신규 투자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주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내 소비 비중도 85%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에서 신규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질문(2) 첨단 반도체와 범용 기준은.
반도체지원법상 범용 반도체는 2년마다 재정의한다. 중국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범용 반도체로, 나머지는 첨단 반도체로 분류한다. 현재는 128단 이하의 낸드플래시와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의 D램, 28나노 이상의 시스템 반도체를 범용 반도체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상무부가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규정을 발표할 때엔 달랐다. 낸드와 D램의 범용 반도체 정의는 같았지만 범용 시스템 반도체 범위는 14나노 또는 16나노(핀펫 구조) 이상으로 정했다. 이번엔 반도체지원법과 동일하게 28나노 이상을 범용 시스템 반도체로 정했다.
질문(3) TSMC에 불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14나노, 16나노가 아니라 28나노 이상을 범용 시스템 반도체로 정하면 가드레일을 적용받는 범위가 넓어진다. 그런데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을 후보 업체 중 중국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은 TSMC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낸드와 D램만 생산하고 있다.
질문(4)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나.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증설에 제한을 받는다. 반도체를 만드는 원판인 웨이퍼 투입량이 기준이다. 한국 기업의 주요 생산품인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에서 10년간 5%까지 웨이퍼 투입량을 늘릴 수 있다. 범용 반도체는 10년간 10%까지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의 경우 최근 10년간 웨이퍼 투입량이 108% 늘었다. ‘5%’ 증설 허용은 사실상 신증설하지 말라는 것이다.
질문(5) 기술 개선으로 증산하는 것엔 제한이 없다는데.
미세공정 기술을 통해 집적도를 높여 웨이퍼당 나오는 반도체 개수를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2일 “한국 기업이 안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됐다”고 호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는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와 ‘신규 투자는 막혔고 증산에도 한계가 있어 중장기적으로 중국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혼재한다.
질문(6) 앞으로 남은 절차와 변수는.
60일간 의견을 수렴하고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올 하반기 보조금을 받는 기업별로 상무부와 협약을 맺는다. 이때 협상에 따라 기업별 협약 내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가드레일과 별도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적용받는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작년 10월에 1년간 유예받았다. 한국 정부는 유예 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소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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