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그룹의 주가 상승세와 공매도세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 연합은 공매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에코프로는 주가가 340% 올랐다. 전날 에코프로는 4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종가 기준 45만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가총액도 2조7731억원에서 11조686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도 132% 올라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순매수에 나선 배경엔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다는 명분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급등하면 '숏스퀴즈(급격한 공매도 청산에 따른 가격 급등)'가 발생해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이날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는 '공매도를 박살 내자'며 공매도를 향한 반감을 드러내는 글들이 다수 게시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내리면 공매도 물량을 되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주로 외국인과 기관이 이용하기에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이달 초 4606억원이었던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가 5626억원으로 불었다. 이달에만 두 차례(7·8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됐지만 공매도세가 꺾이지 않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개인과 외국인, 기관에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상환 기한 120일, 담보 비율 130% 정도로 통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금융위원회 앞에서 공매도 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21년 발생한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다. 공매도 투자자가 비디오게임 업체 게임스톱을 공매도했다며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자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 투자를 비난하며 전쟁을 선포했다. 이들의 맹공으로 게임스톱의 주가는 100% 넘게 급등하고, 이에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게임스톱에 공매도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게임스톱 사태 이후 별다른 호재 없이 우하향하던 회사의 주가는 최근 급등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게임스톱은 전장 대비 35.24% 올랐다.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해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스톱의 지난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0.16달러로 시장 추정치(0.13달러)를 웃돌았다. 매출액도 22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의 전망치(21억8000만달러)를 넘겼다.
한편 증권가에선 2차전지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는 전망에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RA 세부 내용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며 "AMPC에 상한선이 없으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 전극활물질(양극재·음극재 등) 업체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발표된 IR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미국에 전극활물질 생산 설비를 갖춘 업체는 '해당 업체가 발생시킨 비용이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받게 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