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 법안 유효결정을 한 것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법치를 뒤흔들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 선고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검찰개혁 입법을 추진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은 오로지 ‘검찰 독재정권’을 위해서, 국민 뜻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장관은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놓고, 그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입법 취지에 반하는 불법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 범위를 모조리 되돌렸다”며 “지금 당장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검수완박법을 동력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도 시사했다.
헌재는 이날 검수완박법이 입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으나, 효력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권한쟁의 주장을 모두 일부 인용했다. 다만 법무부가 낸 권한쟁의에 대해서는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적격이 없다”며 심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헌재가 검수완박 표결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이 침해받았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서는 “저와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러 번에 걸쳐서 협상을 거쳤다”고 강조하며 유감을 밝혔다.
이번 헌재결정으로 27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여여간 공방이 격화할 전망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한 장관이 지금의 혼란을 조장하고 확산한 정치적 책임에 명확한 답을 가져와야 한다”며 “행정부의 수장이 입법부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헌재에 의해 기각됐다면 이제 국회에서 책임있는 표명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표결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해 '위장탈당' 논란이 불거졌던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당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헌재 판결이 난 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민 의원의 거취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 의원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원내대표는 “공개 절차를 통해서 당에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국민의힘과 한 장관은 헌재 판결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 권한이 침해됐다는 점을 인정한 이상 권한 침해 행위들이 집약된 결과인 가결 선포행위의 무효가 확인됐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한동훈 장관은 “검수완박이 유효하다는 헌재의 결정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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