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평화적인 대화를 촉구한 다음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폭격을 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가 이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화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장기전을 준비한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르지시우가 공습받고 몇 시간 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에도 미사일이 떨어져 주거용 건물 두 곳이 부서졌다. 1명이 사망하고, 3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은) 단 하룻밤 사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가한 테러”라며 “모스크바에서 ‘평화’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범죄와 같은 공격 지시가 내려진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과 만나 “평화와 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22일 떠났다. 푸틴 대통령도 “대화 재개와 휴전 모색을 골자로 중국이 제시한 평화 방안이 사태 해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우리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를 동맹·파트너와 공유하자 여러 국가가 행동에 나섰다”며 “이들 국가 모두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고위 지도부를 직접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무기를 지원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동맹국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아직 중국이 그 선을 넘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은 평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더 많은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란이나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 손을 뻗어 더 많은 무기를 얻으려고 한다”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는 무기, 탄약 등을 우크라이나에 더 지원할 준비를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