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권도형, 해외도피 하더니…'위조여권' 덜미

입력 2023-03-24 07:29   수정 2023-03-24 07:30



테라, 루나 코인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혔던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필립 아지치 몬테네그로 내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세계적인 지명 수배자인 한국의 권도형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검거됐다"며 "현재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후 몬테네그로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권 대표와 또 다른 한 명이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벨기에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고 전했다.

몬테네그로 현지 매체인 포베다는 권 대표 등이 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돼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으로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권 대표와 일행은 각각 대한민국이 아닌 코스타리카, 벨기에 여권을 소지해 출국을 시도했다.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여권 심사를 받던 중 인터폴에서 특정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이들의 수하물에서도 벨기에와 한국 여행 서류가 발견됐다. 인터폴 확인 결과 벨기에 여권 역시 위조된 것이었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이들을 체포하면서 노트북 3대와 휴대전화 5대도 압수했다.

몬테네그로 국경 검문 애플리케이션 확인 결과, 이들의 입국 기록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경찰청은 권 대표와 한 씨의 신원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이 인물이 실제 권 대표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몬테네그로 측에 지문 정보를 요청해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인물이 가지고 있던 신분증으로 나이와 국적, 이름을 확인했고, 사진 자료로도 권 대표와 동일한 인물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정확한 신분 확인을 위해 지문 정보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24일 오전 중 공식적으로 신원이 확인될 것으로 관측된다.

권 대표는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와 함께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했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가 함께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지속해서 발행하는 등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4월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겼고,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세르비아에 체류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수단(단장 단성한)은 지난해 9월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권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추적해왔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말 세르비아를 방문해 현지 당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권 대표와 함께 체포된 한 씨는 한때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맡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권 대표의 최측근이며 그와 같은 혐의로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해외로 도주해 인터폴 수배 중이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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