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KBS 수신료 강제징수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 대해 매달 2500원을 의무적으로 내게 하는 것인데,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KBS로부터 징수 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해주고 있다.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끼워 징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문재인 정부 때 특히 많았다. 적지 않은 국민(시청자)이 KBS의 보도 행태, 프로그램의 수준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조직적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까지 벌어졌다. KBS는 늘 ‘공영방송’이라고 내세웠지만 과연 무엇이 공영방송이며, 그런 주장에 맞는 보도를 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런 여론을 수렴하면서 대통령실이 ‘개선책’ 찾기 공론화에 나섰다. KBS 수신료 개선 논의는 적절한가.
무엇보다 근래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시사 이슈에서 명백한 편향 보도가 문제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때는 노동조합 편을 들며 경제 6단체가 한목소리로 우려·반대하고 있는 ‘노란봉투법’을 반론조차 없이 필요하다고 보도했고,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에서도 친노(親勞) 친야(親野) 기사를 주로 내보낸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영방송이라는 주장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한다는 비판이 다른 언론매체와 사회단체 등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의 확산으로 동영상 콘텐츠 이용이 다양해지면서 전통적 TV는 뒤로 밀리고 스마트폰과 PC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수신료 자체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게 됐다. 29년 전 날림으로 도입된 전기요금에 편승한 시청료 징수는 시대적 소임이 끝났다. 한전에 접수된 KBS 수신료 관련 불만 민원은 4만8114건(2021년)에 달했다. 모두 폐지 요구다. 2022년 KBS의 수입 1조5300억원 중 수신료 비중이 6935억원에 달한다. 일반 상업방송처럼 광고 다 하고, 강제로 수신료까지 받으며 프로그램의 수준은 낮아 ‘신의 직장이냐’는 조롱 같은 비판도 듣고 있다. 공영방송의 원조로, 모범적 프로그램을 많이 생산해온 영국 BBC가 2022년 연간 159파운드였던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면서 2027년에는 폐지하기로 했다. 프랑스(FTV) 일본(NHK)도 공영방송 수신료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KBS가 일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편향된 방송을 내보냈다는 지적이 있지만, KBS 전체 기능과 역할을 그것만으로 모두 규정할 수 없다. 기자나 PD의 자유로운 기사 작성 및 프로그램 만들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좀 더 관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지배주주나 오너가 없다 보니 노동조합 활동이 왕성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KBS 등 언론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라는 이유로 노조 관점만 반영한다는 것은 과민 반응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과거 전두환 정부 때 이른바 ‘땡 전 뉴스’(저녁 9시 알림음과 동시에 전두환 대통령 관련 뉴스부터 했던 것)는 문제가 없었나. 조금씩 변하는 과정에서의 일을 두고 공영방송 본연의 기능·역할까지 부인하는 것은 곤란하다.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신문·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서는 새로운 매체가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KBS를 비롯한 전통적 방송은 경영의 위기를 맞고 있다. KBS 역시 연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한다. 경영에 방만 요소를 적극 찾아내 자구 노력도 해야겠지만, 재정적 지원의 틀을 갑자기 끊으면 KBS는 존재하기 어렵다. 큰 틀에서 여유를 갖고 보면서 중립성·객관성·전문성과 탈정치를 요구하는 게 현실적이다. 그런 식으로 좋은 공영방송을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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