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10년 넘게 사회생활 하면서 신입이 월·수·금 연차 내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참 배짱도 좋네요."
MZ세대(밀레니얼+Z) 신입사원들의 행동양식을 이해할 수 없는 기성세대 직장인들의 불만이 연일 화두가 되고 있다. '내가 신입이었을 땐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거리낌 없이 해내는 MZ 신입사원이 신기하면서도 못마땅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한 중견기업 과장이라고 소개한 A씨의 글이 화제가 됐다. MZ 신입사원의 태도에 참다못해 글을 올렸다는 A씨는 "신입이 참 배짱도 좋다"며 "10년 넘게 사회생활 하면서 월·수·금 연차 내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는데, 신입사원이 이번 주에 월·수·금 연차를 냈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이 신입사원은 지난해 11월 입사한 뒤 매달 1회씩 휴가를 사용해왔다. 논란의 월·수·금 연차 사유로는 '휴식'을 적어 냈다고.
A씨는 "(월·수·금) 연차를 안 보낼 수가 없었다"며 "바로 윗사람인 대리한테는 얘기 안 하고 부장한테 직접 얘기했더라. 회사 시스템에 (연차 사용을) 올려야 하는데 (근로기준법 때문에) 못 올려서 암묵적으로 팀 내에서 쉬게 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입사원이 쉬고 싶다기에 쉬라고 한 부장도 답답했을 것"이라며 "부장이 저한테 저 친구는 화, 목은 왜 나오는 거냐고 묻더라"고 전했다.
A씨는 또 이 신입사원과 지내면서 겪은 일들도 열거했다. 그는 "빈 옆자리에 전화 올 때 절대 전화를 대신 안 받고, 업무 시간 중 상사들 전화에 '여보세요'라고 받는다"며 "'왜요'라는 말도 자꾸 쓴다. 가끔 토요일 출근해야 할 때도 있다. 출근하라고 얘기도 안 했는데 먼저 무조건 못 나온다고 얘기하더라"고 했다. 그는 "참 재미있는 친구"라고 씁쓸해했다.
또 최근 회식 당일 불참을 통보한 신입사원의 태도에 대한 글도 화제가 됐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B씨는 지난 1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요즘 신입사원은 회식이 자율인 줄 아나 보다"라며 "다 같이 회식 날짜 잡았는데 당일날 못 온다고 통보하더라. 이러쿵저러쿵 변명도 없다. 이게 맞냐"고 물었다. 네티즌들은 "2주 전에 안 간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일부 기업의 임원 대상 교육에는 이른바 '3요 주의보'가 발령된 것으로 전해졌다. '3요'는 상사의 업무 지시에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일컫는 신조어다. 상사의 지시라면 맹목적으로 따르던 기성세대가 지시를 납득하지 못하는 MZ 사원들로부터 겪은 '당황스러움'이 녹아있는 일종의 유행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제 MZ세대는 이 '3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신이 납득할 수 있어야 지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MZ세대가 일방적인 지시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는 대학생의 분석이 이목을 끈다.
경북 포항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C 씨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왜 자신이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상사에게 물으면서 업무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당한 업무라도 상사의 지시니까 따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관행이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예의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상사가 업무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직원이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며 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3요'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MZ세대는 직장인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완수하려는 의욕도 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상사의 지시에 반문하는 것은 단순한 무례로 여겨지고,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업무는 상사와 소통하며 해결하고, 업무의 정당성을 받아들였다면 책임을 지는 자세로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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