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이날 간담회를 열고 윤 사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윤 사장은 지난 22일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후보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장은 주총에서 통과하더라도 KT의 대표이사로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가 윤 사장에게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그가 일단 주총에서 통과돼야 사내이사 3명의 면면이 확정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이 사퇴하면 윤 사장 본인은 물론 그가 추천한 송경민 KT SAT 대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자동으로 의안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임기가 만료되어 재선임안이 올라온 3명의 사외이사(강충구 여은정 표현명)의 1년 임기 연장도 주총 통과를 자신하기 어려워진다. 주주들이 윤 사장과 그를 선출한 이사회를 한데 묶어 인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KT 이사회는 총 10명(사외이사 8명 포함)이다. 현재 2명의 사외이사 자리는 공석이고 3명의 사외이사 임기는 만료된다. 윤 사장이 사퇴하고 이사진 3명 재선임안도 통과되지 않을 경우 KT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3명(김대유 김용헌 유희열) 밖에 남지 않게 된다.
구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사내이사가 아무도 없을 경우에는 직제규정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를 대행(KT 정관)하거나 구 대표가 임시로 대표직을 더 수행(상법)하게 된다. KT의 경영공백이 커지는 데다 윤 사장의 거취가 곧 이사회의 거취로 이어지는 만큼, 이사회로서는 구 대표 때처럼 사퇴를 쉽게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들이 윤 사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오는 31일 정기 주총까지 버텨야 한다는 게 이사회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작년 12월부터 4개월째 이어지면서 KT 내부에선 이사회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KT 직원 1만6000여명이 속한 다수 노조 KT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정치권에서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했다”면서도 “이사회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이상은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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