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2022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를 보면 지난해 음악·영상 저작권 수지는 5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컴퓨터프로그램은 18억4000만달러 적자였다.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64%나 불어났다. K콘텐츠 수출액의 70%가량을 차지해온 게임산업 부진 탓이다. 게임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중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K팝도 성장이 둔화하며 위기가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최근 한류 발원지인 동남아시아에서의 역성장, 음반 수출 성장 감소세를 걱정하며 “성취에 만족하기보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다국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국내 시장 장악으로 K드라마 역시 하청상품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정부는 2027년까지 콘텐츠 4대 강국에 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K콘텐츠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제작·유통의 글로벌화에 맞춰 인력과 기술, 자본 등 핵심 생산 요소를 어떻게 축적해 나갈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무엇보다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필수다. 미국 8대 미디어 그룹이 지난해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투자한 돈은 136조원인 데 비해 국내 콘텐츠 제작 투자금은 1조원을 겨우 넘을 정도로 압도적 열위다. 지속 발전이 가능한 생태계를 키우지 못하면 K콘텐츠의 미래는 어둡다. 방 의장이 말한 대로 홍콩 영화의 뉴웨이브, 일본 만화 슬램덩크처럼 ‘반짝 추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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