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1兆, 휴지조각으로…'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체포

입력 2023-03-24 18:00   수정 2023-04-23 04:00


암호화폐 루나·테라USD 폭락 사태를 유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한때 시가총액이 51조원을 넘어서며 세계 8위 코인에까지 올랐던 루나와 테라는 지난해 5월 단 72시간 만에 가격이 99.99% 폭락하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코인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불러왔다. 권 대표는 루나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직전인 작년 4월 한국을 떠나 해외 도피 중이었다.
○‘루나 사태’ 약 1년 만에 체포
몬테네그로 당국이 24일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초기 창립 멤버이자 측근인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체포해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AFP와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권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전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한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권 대표 등은 이날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출석해 범죄인 인도 요청과 관련한 심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와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2018년 공동 창업한 테라폼랩스는 테라와 그 위성 코인 루나를 발행한 회사다. 테라는 1달러와 가격이 같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하지만 테라는 달러·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여타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가치 고정을 위해 또 다른 암호화폐인 루나를 활용했다. 실제 달러를 사서 적립하는 대신 테라와 루나의 차익 거래를 이용, 이른바 알고리즘 방식으로 테라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과정에서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예치한 투자자에게 최고 연 20%의 이자를 테라로 지급하는 디파이 서비스도 운영했다. ‘폰지 사기’라는 비판에도 높은 수익률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루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코인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대폭락이 시작됐다. 대량 매도로 테라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테라와 루나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가 현실화한 것이다. 시총 51조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증발하는 데에는 7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80달러대였던 루나 가격은 0.0001달러까지 떨어졌다.

테라폼랩스가 새로 만든 루나2.0도 상장 초기 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코인 시장은 루나 사태를 계기로 반년 넘게 도미노 파산을 겪으며 빙하기에 진입했다.
○국내 송환은 언제쯤
법무부는 최대한 서둘러 범죄인 인도 청구를 통해 권 대표 송환 절차를 밟기로 했다. 권 대표를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온 검찰은 그의 귀국 시기에 맞춰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할 방침이다. 수사를 맡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날 서울 성동구 차이코퍼레이션 사옥을 압수수색하며 테라·루나 사태 수사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당겼했다.

다만 권 대표가 곧바로 국내로 송환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사법 절차를 완료한 뒤 범죄인 인도 절차에 나설 경우 실제 국내 송환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미국과 싱가포르에서도 수사 대상이다. 미국 뉴욕 검찰은 23일(현지시간)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그를 증권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빈난새/김진성/이광식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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