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유지장치 끄니 깨어났다…기적 일으킨 20대 남성

입력 2023-03-25 11:24   수정 2023-03-25 11:27



뉴질랜드에서 혼수상태였던 20대 남성이 생명유지 장치를 끄자 오히려 살아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25일 윈턴 킹(29)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 살던 윈턴 킹은 지난해 10월 친구의 약혼식을 끝내고 술집에 갔다가 싸움이 붙어 기습적인 펀치에 머리를 맞고 길바닥에 쓰러지면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 의식 불명이 된 킹은 곧바로 병원에서 생명유지 장치의 도움을 받았다.

킹은 지붕 기술자이자 지역 럭비 클럽의 선수로도 활동했다. 킹은 혼수상태 속에서 뇌졸증까지 겪으면서 의료진은 가족에게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오른쪽 몸을 쓸 수도 없다"고 전했다.

결국 킹의 어머니와 2명의 누나는 많은 고민 끝에 킹이 깨어나더라도 그런 삶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의료진에게 생명유지 장치를 꺼 달라고 요청했다.

누나 앰버 소우먼은 "엄청난 중압감에 눌리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생명유지 장치를 끄고 곱게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경우,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면 숨을 거두지만, 킹은 계속 호흡했다. 뿐만 아니라 몸 상태가 점점 나아졌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났고,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에게 미소까지 지었다.

킹은 이후 몇 달 만에 몸을 완벽하게 회복해 모든 팔다리를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직도 회복할 부분이 남아있지만,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킹은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사람이 저를 찾아왔다"며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는 느낌이 들고, 기분도 좋다"고 현재의 건강 상태를 전했다. 그러면서 "엄마와 누나들이 저를 끝까지 지지해줬고, 우리는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의료진도 킹의 회복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담당 의사는 가족들에게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며 "킹의 CT 스캔은 의대생들에게 보여질 것이고, 그의 사례는 '기적'이라고 불릴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섬세한 조작 능력이나 기억력 손상 등의 후유증은 있다. 킹은 시력 손상으로 운전이 어려워졌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기억하지만, 아침에 뭘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더불어 자신을 혼수상태로 만든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느끼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배가 고플 때 가족들에게 배를 가리키는 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한편 킹을 폭행한 18세 소년은 상해를 입히려는 의도로 폭행을 한 사실을 인정했고, 오는 4월 선고를 받는다. 최대 7년의 형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킹은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 치료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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