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산연맹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강화 규정을 발표하면서 나미비아 육상 선수 크리스틴 음보마가 측이 반발했다.
음보마의 코치 헨크 보타는 25일(한국 시각)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으로 음보마 등 여러 선수가 (올해 8월에 열리는)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수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면서 소송을 예고했다.
세계육상연맹은 전날 새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은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을 테스토스테론 5n㏖/L(나노몰) 이하'로 정했던 기존 규정을 더 강화해 DSD 규정 적용 대상을 여자부 전 종목으로 확대했다. 또한 테스토스테론 최대 허용 수치를 기존의 절반인 2.5n㏖/L 이하로 정했다.
이에 따라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 종목에는 24개월 이상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2.5n㏖/L 이하로 유지한 선수만 출전할 수 있고, 다른 종목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2.5n㏖/L 이하로 유지하는 기간을 일단 6개월로 줄여 적용하기로 했다.
음보마는 규정 강화로 세계육상연맹의 감시 대상에 올랐다. 감시 대상이 된 선수는 음보마 외에 12명이 더 있다.
음보마는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게 태어났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 남성의 수치는 7.7∼29.4n㏖/L이다. 음보마의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n㏖/L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여성보다 남성 호르몬이 3배 이상 높은 것.
세계육상연맹이 남성호르르몬 수치에 제동을 걸면서 400m가 주 종목이었던 음보마는 당시 규정으로는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아도 출전이 가능한 200m로 종목을 바꿨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200m에서 21초81로 은메달을 따냈다.
음보마는 도쿄올림픽에서도 예선 22초11, 준결선 21초97, 결선 21초81로 기록을 단축시켜 나갔고, 올림픽이 끝난 뒤 자신의 200m 개인 최고 기록을 21초78까지 단축했다. 많은 전문가가 "곧 200m에서 음보마의 독주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음보마의 성공 사례를 보고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은 선수들도 주 종목을 전향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에 "테스토스테론이 중거리에는 영향을 끼치고 단거리와 장거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가"라는 불만과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의 중거리 출전을 막는 것 자체가 기본권을 억제하는 부적절한 규정"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테스토스테론이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종목을 어디까지 확대해야 할지, 과학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세계육상연맹은 DSD 규정을 '전 종목'에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대회가 개정 규정 후 6개월 미만인 올해 8월 19일에 개막하는 점이다. 음보마 등 13명은 곧바로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세계선수권 출전이 불가능할 수 있다.
보타 코치는 "아직 세계육상연맹 관계자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매우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하며 "세계육상연맹의 결정에 저항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처리 방식에는 맞서서 싸워야 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다행히 음보마는 좌절하지 않았다"며 "세상이 우리를 돕지 않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출전이 불발되더라도, 음보마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할 수 있다"면서 의지를 내비쳤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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