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팽개치고 놀러다닌 엄마…숨진 2살 아들 옆엔 밥 한공기뿐

입력 2023-03-26 14:37   수정 2023-03-26 14:55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사흘간 홀로 방치돼 영양결핍으로 사망한 2살 아기의 곁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기의 20대 엄마는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외박하는 날이 늘었고,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에도 아기는 홀로 방치됐다. 특히, 아기의 엄마는 지난달 구속기소 된 이후 한 번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4·여)는 2021년 5월 아들 B군(2)을 낳았다.

A씨의 남편은 지난해 1월 집을 나갔고, 이후 B군을 혼자 키웠다. 처음에는 낮이나 새벽에 1시간 정도 아들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했지만, 나중에는 외박으로 이어졌다.

처음 외박한 지난해 5월에는 밤 10시쯤 PC방에 갔다가 다음 날 오전 6시 넘어 귀가했고, PC방 방문 횟수도 한 달에 1∼2차례에서 지난해 8월에는 5차례, 9월 8차례로 점차 늘었다. 그때마다 당시 갓 돌이 지난 B군은 집에 혼자 남겨졌다.

지난해 11월 남자친구 C씨를 만나면서부터 A씨의 외출은 외박으로 바뀌었다.

아들을 집에 혼자 둔 채 C씨와 강원 속초로 여행을 갔다가 다음 날 오전에 귀가하는가 하면 외박 후 집에 들어왔다가 2시간 뒤 다시 나가 또 외박한 날도 확인됐다.

B군은 크리스마스 날에도 오후 8시부터 17시간 넘게 혼자 집에 방치됐고, 새해 첫날 엄마가 남자친구와 서울 보신각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집에 홀로 남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B군이 집에 혼자 방치된 횟수는 60차례에 이르고, 이를 모두 합치면 544시간이다.

지난 1월30일 오후 또 아들만 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선 A씨는 사흘 뒤인 2월2일 새벽에 귀가했다. 당시 B군은 혼자서 음식을 챙겨 먹을 수 없는 생후 20개월이었지만 B군 곁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1년간 분유나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B군은 영양결핍으로 성장도 느렸다. 영유아건강검진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A씨에게는 아동학대살해 혐의뿐 아니라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도 적용됐다.

한편, 지난달 27일 구속기소 된 A씨는 이후 아직 한 번도 반성문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A씨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4월18일 오전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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